용적률 500% 보장하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참여가 관건…서울시도 '부정적'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신규 13만2천가구 등 총 26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전문가들은 시장에 확실한 주택 공급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정부가 제시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재건축 단지들이 실제로 얼마나 참여할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 주택공급 목표는 '기대 이상'…중장기 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수요억제 정책에 집중하다가 이날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공급대책을 발표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은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많은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일단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다만, 실제 공급은 3년 이후에야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정부가 다양한 공급대책으로 마른 수건을 짜듯 상당량의 주택공급을 뽑아냈다"며 "최근 가격급등 우려에 따른 주택구매 불안 심리를 낮추고 30∼40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진정시키는 등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보다 중장기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를 분양시장에 대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기존 주택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청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수요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 랩장은 "특히 청약 고가점자와 생애최초특별공급, 신혼특공 등 대기 수요자들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포함한 도심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의 당첨을 위해 분양시장에 대기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따라 기존보다 늘어나는 공급 물량의 50% 이상을 생애최초 구입자와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할 방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급계획 청사진이 만들어진 만큼 이제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은 민간 호응이 '관건'
이날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SH 등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고 50층까지 층수 제한을 완화해 향후 5년간 5만가구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이 방안에 민간이 얼마나 부응할지도 관심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용적률을 2배로 늘리고, 늘어난 용적률의 50%를 기부채납하는 거라면 서울의 대부분 재건축 단지의 경우 손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부채납 비율이 70%까지 올라가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부장은 "이 경우 기부채납을 안 하고 기존 규제를 적용받아 재건축하는 경우보다 크게 이익을 보는 게 없게 돼 굳이 골치 아프게 공공이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도 "증가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주고 개발이익의 최대 90%까지 환수한다면 소유자들이 이걸 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005940] 부동산전문위원도 "사업 의지가 강한 재건축 조합은 수용 의지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임대나 서민형을 꺼리는 조합원들도 많아 절충선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공공이 참여해 시장이 원하는 정비사업 모델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은 문제"라며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참여하는 식이어야지 공공이 너무 개입하면 시장에서는 반발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는 "공공 재건축과 종상향 등 큰 방향은 좋다고 본다"며 "재건축 조합들이 얼마나 공공과 협업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공기여' 정의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경관이나 쾌적한 공원, 도시 퀄리티를 올리는 것도 공공기여에 포함시켜야 한다. 집값 때문에 도시를 뜯어고치겠다는 건 불안하다.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지만, 도시계획은 한번 잘못건드리면 100년 미래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파트너인 서울시에서 이 정책과 관련해 부정적인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와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별도 브리핑을 열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에 대해 "재건축 시장의 여러 특성상 언밸런스(불균형)하다고 (정부와의 논의에서) 주장했고,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며 "정부 정책에 참여해서 가야겠지만, 공공재건축으로 가는 것은 방향성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찬성하기 힘들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날 대책에서 정부가 제시한 공급량도 민간 참여에 따라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 랩장은 "국공유지 등 정부·지자체·공기업이 직접 핸들링 할 수 있는 공급책 외에 재개발·재건축 등의 용적률 상향에 따른 분양·임대주택 건립에 민간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가 공급량 총량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주택 매입을 계획했던 수요가 공급 기대감으로 매수를 미루면서 '임대차 3법' 추진과 맞물려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규정 위원은 "서울에 공급되는 부지에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가 전·월세 시장에 머물면서 급변하는 임대차 시장 분위기와 맞물려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대책이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지금처럼 집값에 거품이 잔뜩 낀 상황에서 분양가를 찔끔 낮춘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주변 집값을 자극할 뿐"이라며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거론하려면 개발이익환수 장치부터 제대로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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