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단체들 "생존 위협하는 대량살상 행위 자행되고 있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 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외지인들의 토지 강탈 행위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아마존 원주민 보호 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토지 강탈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원주민들을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와 거의 접촉이 없는 원주민들이 코로나19에 극도로 취약한 데다 토지 강탈 행위까지 성행하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흔히 위조된 서류를 이용해 원주민 땅을 빼앗는 행위를 '그릴라젱(grilagem)'이라고 하며,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그릴레이루(grileiro)'라고 부른다. 이들은 원주민 땅을 빼앗은 뒤 농경지와 목초지, 목재 확보 등을 위해 불법 벌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가톨릭이 운영하는 원주민 선교사협의회(Cimi)는 북부 혼도니아주에 있는 우루-에우-와우-와우 원주민 거주지역이 지난해 삼림이 가장 많이 파괴된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면서 원주민들에 대한 대량살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를 이끄는 동 호키 팔로시 신부는 "외지인의 침입과 무단 벌채, 산불 때문에 원주민의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면역력이 약한 원주민들이 외부와의 접촉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되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금까지 원주민 1만2천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23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주민 단체들은 보건부의 조사가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으며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원주민 사회 지도자들도 코로나19에 걸려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주 코스타 베르지 지역에 있는 앙그라 두스 헤이스 원주민 부락의 도밍구스 베니치 부족장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베니치 부족장은 리우데자네이루주에서 최대 규모의 원주민 공동체인 사푸카이 과라니족을 이끌어 왔다.
이어 25일엔 중서부 마투 그로수주 아우투 싱구 지역에 있는 카마유라 원주민 부족의 지도자 주카 카마유라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 열악한 환경 속에 생활하는 전 세계 원주민 사회가 코로나19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6일 이후 미주대륙에서만 7만명 이상의 원주민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도 2천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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