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논란의 공공 재건축, 조속한 모범사례 제시로 시장불신 잠재워야

입력 2020-08-05 10:40  

[연합시론] 논란의 공공 재건축, 조속한 모범사례 제시로 시장불신 잠재워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3번째 부동산대책으로 내놓은 주택 공급방안 가운데 핵심인 서울 도심의 공공 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재건축은 민간아파트 등의 재건축 때 용적률을 현행의 2배인 최고 500%까지 높이고 층고 제한을 풀어 특혜를 주는 대신 이를 통해 늘어난 주택의 50∼70%를 기부채납하도록 해 임대주택과 공공 분양으로 활용하는 혁신적 방안이다. 재건축의 시행에는 공공성 담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13만2천가구의 공급 계획 가운데 공공 재건축은 5만가구, 공공 재개발은 2만가구로 전체 공급의 절반이 넘는다. 따라서 이번 대책의 성패는 공공 재건축·재개발의 차질 없는 실현 여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한 공공 재건축은 태릉골프장 등 정부 소유 부지에 집을 짓는 일회성 대책과 달리 지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잘만 되면 수요자들이 원하는 강남 등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려 집값을 잡고,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을 위한 공공 분양 물량이나 장기임대주택을 대거 확보하는 다목적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은 출발부터 불안하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몇시간 지나지도 않아 서울시는 주거용 아파트의 경우 현행 35층인 층고 제한을 풀 수 없다고 정부 대책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건축 아파트는 최고 50층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정부안에 배치된다. 제한된 면적에서 용적률을 높여 주택 수를 최대한 뽑아내려면 층고제한 해제는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재건축 조합의 참여가 의문시되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공공 재건축 방식에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충돌이 부각하면서 파문이 커지자 서울시는 정부의 공공 재건축 방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정부와 서울시간 이견은 없다고 갈등을 봉합했다. 이는 핵심 사안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충분한 협의와 공감 없이 대책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대책 실행의 주무 기관인 서울시가 반대하면 정부 정책은 공중에 뜨게 된다. 공석인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대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불투명성을 높인다. 5만가구 공공 재건축 계획 자체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서울 시내 정비구역 가운데 사업 시행 허가를 받지 못한 93개 사업장 26만 가구 가운데 20% 정도가 참여하는 경우를 가정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구체성이 결여된 기대치라는 얘기다.

결국 공급 확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눈 앞에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신속하게 공공 재건축의 성공 사례를 제시하기 바란다. 관건은 정부가 내민 당근으로 강남 등지의 주택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을 공공 개발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용적률과 층고에서 특혜를 주는 대신 이에 따른 기대수익률의 90%를 환수하겠다고 했는데 10% 이익을 취하겠다고 민간 아파트 조합들이 공공개발에 호응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심 정비사업에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에 회의적인 까닭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공 재건축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면 재건축·재개발에 참여하는 주택이나 땅 소유자들에게 적정 이익을 보장하는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굳이 공공 개발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일반 재건축을 허용하되 초과이익 환수 제도 등을 통해 특혜에 따른 이익은 최대한 거둬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개발·재건축의 고삐가 풀릴 경우 일시적으로 주변 집값이 불안해지고 불로소득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에서 충분한 공급이 지속해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증대하면서 더 큰 과열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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