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 정책으로 비판적 역사서술↓…"교과서 간 차이 축소된 결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우익 사관을 강변한다는 비판을 받은 일본 출판사 이쿠호샤(育鵬社)의 교과서가 최근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에서 잇따라 탈락했다.
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요코하마(橫浜)시 교육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내년부터 4년간 시립 중학교에서 사용할 교과서로 이쿠호샤가 아닌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선택했다.
이들은 내년부터 역사는 데이코쿠(帝國)서원 교과서를, 공민(사회에 해당)은 도쿄(東京)서적 교과서를 쓰기로 무기명 투표를 거쳐 결정했다.
이쿠호샤의 역사 및 공민 교과서는 요코하마의 147개 중학교(재학생 약 7만7천명)에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내년부터 요코하마 시립학교에서 퇴출당한다.
앞서 도쿄도(東京都), 가나가와(神奈川)현 후지사와(藤澤)시, 오사카부(大阪府) 가와치나가노(河內長野)시·시조나와테(四條?)시 등도 내년부터는 이쿠호샤 교과서가 아닌 타사 교재를 수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요코하마는 동일한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나로 묶인 구역 가운데 전국 최대 규모이며 이 출판사의 교재 채택률은 내년에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금년도 기준으로 이쿠호샤의 교재는 전국 채택률은 역사 6.4%, 공민 5.8%다.
이쿠호샤 역사 교과서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고 역사의 어두운 측면을 직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민의 경우 헌법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동떨어진 설명이 많으며 국민의 권리보다는 의무를 강조한다는 지적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일본 기업 후지주택에 다니는 재일 한국인 여성이 제기해 최근 1심 판결이 내려진 소송에서는 회사 측이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교과서 채택에 영향을 주는 설문 작성 등을 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쿠호샤 교과서가 잘 채택되지 않는 것은 여러 논란 외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한 이른바 교육 우경화 정책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출판사가 내놓은 교과서의 내용이 이미 정권의 입맛에 맞게 상당히 수정됐고 이에 따라 굳이 이쿠호샤를 교재를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나미모토 가쓰토시(浪本勝年) 릿쇼(立正)대 명예교수(교육정책)는 "법률이나 제도가 변경되면서 '자학적'이라고 여겨진 기술이 줄어들고 이전과 비교해 교과서 사이의 차이가 줄었다. 교육위원이 보수 성향 인물이라도 이쿠호샤를 무리하게 선택할 필요가 적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아사히에 의견을 밝혔다.
보수·우익 세력은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비판적으로 기술한 교과서가 '자학 사관'을 담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아베 정권이 7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이런 내용이 대폭 줄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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