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00명 이상에 생사 모르는 실종자도 100명 넘어
유독 가스 퍼져…밀 저장고도 폭파돼 식량 부족 2차 피해 우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오후 핵폭탄이 터진 듯한 초대형 폭발 사고가 난 레바논 베이루트의 참상이 하루가 지난 5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5일 오전 현재까지 사망자가 100명 이상으로 파악됐지만 베이루트 시장은 100여명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베이루트에 가족과 친구를 둔 이들은 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사를 확인하느라 애타는 밤을 지새워야 했다. SNS에는 연락이 끊긴 가족의 사진과 함께 연락해 달라고 호소하는 글이 속속 게시됐다.
레바논 국영라디오 앵커는 6일 밤부터 실종자와 부상자의 명단을 밤새 불렀다.
AP통신은 "레바논 군경이 폭발이 일어난 베이루트 부근 지역을 봉쇄했다. 한 청년이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면서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했다"라고 전했다.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은 베이루트 시민들도 폭발 당시를 기억하며 거대한 비극을 쉽게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베이루트의 한 시민은 트위터에 "사무실에 있었는데 처음엔 지진인 줄 알고 문 쪽으로 기어갔는데 갑자기 유리창이 깨지고 천정에서 파편이 떨어졌다. 밖을 보니 베이루트 시내가 온통 뿌옇게 보였다"라고 경험담을 적었다.
아유브라는 이름의 시민은 "떨어지는 파편에 머리를 다쳐 피를 흘렸지만 병원에 환자가 너무 많아 집에서 응급처치한 뒤 14시간이 지난 7일 아침에야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바차르 바타스 씨는 CNN 방송에 "베이루트 항구가 완파됐다. 폭발 뒤 광경은 아포칼립스(세상의 종말) 같았다. 지금 일어난 일이 너무너무 무섭다"라고 말했다.
SNS에는 폭발 뒤 오렌지색 연기가 베이루트 시내를 감쌌고, 이는 폭발할 때 나온 유독한 질소산화물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베이루트 시민 다니엘라는 현지 언론에 "유독 가스가 퍼졌다는 소문에 가족과 친구들이 빨리 베이루트를 탈출하라고 했다"라며 "하지만 여기에 있는 다른 친구들의 집이 모두 무너져 그들을 돌봐야 해 이곳을 떠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베이루트 항구의 정부 소유 밀 저장고도 파괴됐다면서 이 창고에는 레바논이 보유한 밀의 85%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국영통신 NNA는 경제·통상장관을 인용해 "저장됐던 밀이 오염돼 먹을 수 없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레바논 밀수입협회 회장은 현지 일간 알아크바르에 "현재 한 달 반 정도 소비할 수 있는 밀을 보유했다"라며 "밀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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