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트럼프…"대선 연기" 이어 "백악관서 수락연설"

입력 2020-08-06 11:24  

무소불위 트럼프…"대선 연기" 이어 "백악관서 수락연설"
잇단 '폭탄 발언'에 거센 논란…"규범 짓밟는 행위"
공화당서도 "가능하지 않을 것"…펠로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일축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단 '폭탄 발언'으로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백악관 참모들이 당황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광경이 반복되고 있지만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을 말리지 못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말 난데없이 "대선 연기"를 꺼내 들어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를 두고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와중에 5일(현지시간)에는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새로운 논란을 추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수락연설이 백악관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the South Lawn)에서 이뤄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공화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상징적인 정부 자산인 백악관 사우스론을 개인의 선거 캠페인 무대로 '변질'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 "백악관 직원들에는 '문제의 지뢰밭'이 될 행사"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는 발상은 스스로에게는 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런 행사를 마련한 직원들에게는 '문제의 지뢰밭'이 된다"고 꼬집었다.
통신은 "법 전문가들은 백악관 직원들이 그런 행사를 계획하거나 참여하면 '해치법'(Hatch Act)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해치법'은 공직자가 일과 시간에 정부 건물 내에서 관복을 입고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공화당 정부에서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난 리처드 페인터는 백악관에서 수락 연설을 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장애가 있다"면서 "이전까지 있었던 적도 없는 데다, 백악관 인력을 대규모로 동원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수락 연설에 대해 "백악관은 단연코 가장 적은 비용이 드는 장소일 것"이라며 "다른 곳에서 하는 것보다 보안 관점에서 정부를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절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페인터는 "백악관에서 해당 행사를 한다면 야외에 좌석을 마련할 것이고 청중을 불러들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밖에는 시위대가 모여들 것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연방 자원들이 '정치적 쇼'에 동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설사 해치법에 적용받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 인력들이 행사를 주관해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이들의 안전과 경호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행정부가 직원들의 해치법 위반 여부를 우려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 "규범을 짓밟겠다는 트럼프의 마음 선명하게 보여줘"
CNN방송은 "윤리 전문가들은 백악관에서 수락연설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규범을 짓밟겠다는 그의 마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당파성 없는 감시단체 '캠페인리걸센터'(CLC)의 법무 자문위원 케드릭 페인은 "이는 공공연한 선거 운동"이라고 지적했다.
페인은 "트럼프는 백악관 행사에서 바이든(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말하며 경계를 넘나들어 왔는데, 이번 건은 아예 선을 넘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놈 아이슨은 "이런 일은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와 같은 대통령도 본 적이 없다"고 개탄했다.
아이슨은 "이는 법적 한도를 한계점까지 밀어붙이거나 아예 한계점을 넘어버리려는 트럼프의 더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에서 수락 연설을 하겠다는 것은 "정부 자산과 시간 인력을 노골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공화당서도 "그러면 안 돼"…펠로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일축
공화당 내부에서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백악관 수락 연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합법적인가"라고 되물은 뒤 "나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방 자산과 관련돼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상원 국토 안보위원장인 공화당 론 의원도 "대통령은 아마 백악관에서 수락 연설을 하도록 허용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논란이 일자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수락연설을 할 것이라고 예상치 않는다며, 백악관의 사적인 공간인 이스트 윙에서 연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아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펠로시 의장은 "정치적 행사를 의회에서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사를 백악관에서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서 수락연설을 하든, 늘 보여줬듯 자화자찬과 거짓말,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과 악랄한 중상모략을 듣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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