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조지아→모잠비크 질산암모늄 배달
선주 욕심 탓 부업 하러 레바논 갔다 압류
선장 "레바논, 위험화물에 아예 신경안써"
당국, 업무과실 혐의로 항구책임자 16명 구속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폭발 참사의 시발점은 7년전 예정에 없던 화물선 입항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AFP통신에 따르면 폭발의 원인이 된 베이루트 항구의 질산암모늄 2천750t은 화물선 로수스가 2013년 9월 싣고 들어왔다가 나중에 압류된 것이었다.
당시 로수스의 선장이던 보리스 프로코셰프는 이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베이루트 입항은 예정에 없다가 선주의 욕심 때문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프로코셰프는 조지아 비료회사가 생산한 질산암모늄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있는 폭약 제조업체에 배달하러 가던 중 레바논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빚에 쪼들리던 선주 이고르 그레추시킨이 추가로 돈을 벌기 위해 레바논에서 요르단까지 중장비를 운송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시대로 질산암모늄을 로수스의 갑판 아래에 깔고 그 위에 굴착기, 로드롤러 등을 쌓으려고 했으나 장비가 너무 무거워 작업은 실패로 끝났다.
프로코셰프는 "배 전체가 망가질 수 있어 중장비들을 실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갑판장이던 보리스 무신착은 "배가 낡아 갑판 덮개가 휘는 지경이었다"면서 "우리는 위험을 떠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선주 그레추시킨은 항구 사용료와 승무원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로수스를 베이루트 항에 그대로 버렸다.
항구 사용료 때문에 법적 분쟁에 휘말린 로수스는 베이루트 항구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선장인 포로코셰프와 선원 3명은 소송이 길어지면서 무려 11개월을 배에서 억류된 채 보냈다.
배 안에 있던 식량이 거의 바닥나자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불쌍히 여겨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선장과 선원들이 2014년 풀려나 모국으로 돌아가자 레바논 당국은 질산암모늄을 낡아 불안정해진 로수스에서 내려 항구 창고에 보관했다.
그 질산암모늄은 최소 157명이 숨지고 5천명이 다치는 폭발 참사가 불거진 지난 4일까지 그 창고에 그대로 있었다.
포로코셰프는 "폭발력이 엄청난 화물이었다"면서 "우리가 거기 있을 때 배에 보관한 이유도 폭발력 때문이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로수스에 물이 샜지만, 항해는 할 수 있었다며 레바논 당국은 당시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로코셰프는 "(죽거나 다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질산암모늄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은 레바논 당국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를 조사하고 있는 레바논 수사당국은 위험한 화학물질인 질산암모늄을 다루는 데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베이루트 항구와 관세 당국 최고 책임자는 질산암모늄을 제거해달라고 수차례 법원에 공문을 보냈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레바논 정부는 2014년 이후 베이루트 항구의 화물 보관과 안전을 감독한 공무원 전원을 가택 연금하기로 했다.
군 검찰은 베이루트 항구의 정비사들, 이들의 관리자, 세관 공무원들 등 18명을 소환했으며 이들 가운데 1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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