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성, 실증실험 계획 마련…"현지 주민의 요망" 주장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현의 방사성 물질 오염토에 식용 작물을 시험 재배하는 구상을 몰래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환경성은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飯館村)에서 방사성 물질 오염 제거 작업을 하면서 수거한 토양(제염토)에 채소류 등 식용 작물을 키우는 실증실험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증시험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환경성 담당자가 "현지에서는 식용작물(도 재배하고 싶다는) 요망이 있다"며 "(제염토 위에) 흙을 덮지 않는 방식도 실험하고 흙을 덮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며 이런 계획을 마련했다.
환경성이 작성한 올해 3월 27일 자 '마을에 대한 설명자료'를 보면 옥수수, 오이, 양배추, 강낭콩류 등을 제염토에 직접 재배하는 구상이 담겼다.
이런 사실은 오시마 겐이치(大島堅一) 일본 류코쿠(龍谷)대 교수가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환경성 문서에서 확인됐다.
제염토 위에 오염되지 않은 흙을 덮지 않거나, 원예 작물이 아닌 식용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환경성이 기존에 밝힌 실증시험 계획과는 다른 것이며 주민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는 전망했다.
환경성은 방사선량이 1㎏에 5천 베크렐(㏃) 이하인 제염토를 농지 위에 쌓고 그 위에 오염되지 않은 흙을 덮은 후 작물을 재배하는 제염토 재생 이용 실증시험을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환경성 담당자는 오염된 흙에 바로 식용작물을 재배하는 구상이 추진된 것에 관해 "지역 관계자와의 협의에서 '원전 사고 전에 재배하던 작물을 심고 싶다', '(새) 흙을 덮지 않아도 안전한지 알고 싶다'는 등의 의견이 있어서 금년도 실증시험에서 기존의 구상과 다른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시험 재배이기는 하지만 환경성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흙에서 식용 작물을 재배하는 구상을 추진한 배경이나, 이를 정식으로 공표하지 않고 몰래 추진한 것은 여러 논란과 의혹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오시마 교수는 "실증 시험 방식은 환경성과 일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비공개로 논의하며 꽤 시간이 지난 후 결론의 일부만 공개된다"며 "당초 방침의 중대한 변화를 일부 참가자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용 작물 재배가 주민의 요망이라고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으며 실험 계획 변경 경위도 불명확하다"며 제대로 검토 안 하고 '안전'을 선언한다는 의심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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