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 현지 인증시험 통과…의령 신현세 한지에 이은 쾌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우리나라 전주 한지가 세계 문화재 복원의 선도국인 이탈리아에서 공식 복원 용지로 인증받았다.
10일(현지시간)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는 최근 전주 한지의 인증 시험을 거쳐 보존·복원 용지로서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탈리아에서 우리 한지가 공식 보존·복원 용지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경남 의령의 신현세 전통한지 공방에서 제작한 한지 2종이 2016년 처음으로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18년에도 같은 공방의 한지 1종이 합격점을 받은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 공식 보존·복원 용지로 인증받으려면 성분, 산성도, 종이 섬유분포의 균일성, 견고성, 두께, 색 변화 등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문화재 복원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인 이탈리아의 인증을 받으면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그 품질의 우수성이 공인되는 셈이어서 그만큼 위상도 올라간다.
이탈리아의 문화재 복원에는 그동안 자국산 종이 외에 일본의 화지가 많이 사용돼왔는데 2016년부터 한지가 입지를 넓히며 화지의 아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미 한지를 활용해 여러 중요 문화재를 보존·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로마가톨릭 수도사인 성 프란체스코(1182∼1226)의 친필 기도문, 6세기 비잔틴 시대 복음서,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다 카르토나의 17세기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한지의 명성은 바티칸시국까지 전해져 저명한 가톨릭 유적 및 문화유산 보존·복원에도 쓰이고 있다.
기원후 2∼4세기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받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공동묘지인 로마 카타콤베 벽화 복제화 37점 가운데 5점도 한지로 복원됐다.
오충석 문화원장은 "이번 전주한지 인증으로 우리 한지가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의 종이류 문화재 보존·복원에 활용될 가능성을 높였다"며 "앞으로 예술·산업 부문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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