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창업3세 뺑소니 이어 경찰 피살 불법도박장 사건도 의혹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경찰이 최근 여론을 시끄럽게 한 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휘말리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여론의 비판이 커지면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수사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3일 밤 방콕 도심 4층 건물 지하에서 발생한 불법 도박장 살인 사건과 관련한 폐쇄회로(CC)TV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총기 사건으로 4명이 숨진 가운데, 이 중 현직 경찰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경찰은 불법 도박장에서 10m가량 떨어진 맞은편 건물에서 CCTV는 물론 녹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저장 장치와 도박장 테이블 등을 찾았다.
애초 경찰은 신고를 받고 30분 만에 출동했지만 이미 CCTV 등 증거들이 사라졌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 출동이 늦은 데다 감식반도 수 시간 뒤에 도착한 점 등을 볼 때 경찰이 사건 현장을 치울 시간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법 도박장이 방콕 도심에서 버젓이 20년 넘게 운영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더 커졌다.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수일 만에야 '사라진' 증거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비판 여론에 등을 떠밀린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태국 사법개혁위원회의 위룻 시리사왓붓 사무총장도 최근 언론에 "경찰이 이번 사건을 레드불 창업 3세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레드불 창업3세 뺑소니 사망사고' 수사와 관련해서도 경찰은 진실과 은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다.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는 8년 전인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타고 과속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오라윳이 과속하지 않았다"는 유리한 증언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 방콕포스트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사건 당시 오라윳의 페라리가 시속 177km로 달렸다고 진술했다가 4년 뒤에는 차량 속도가 시속 79km가량이었다고 진술을 바꿨던 경찰관이 또다시 진술을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이 경찰관의 진술 '재번복'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번 사건 처리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찰 진상조사위에 출석한 이 경찰은 2016년에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자신의 계산에 확신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이민청도 불기소 처분으로 오라윳에 대한 체포영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전날 대변인을 통해 언론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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