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유엔서 통과된 것 아냐, 홍콩서 무효" 주장
미중 사이 낀 홍콩 은행들 '난처'…美 세컨더리 보이콧 동향 촉각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재무부가 중국 본토와 홍콩 고위 관리 11명을 상대로 금융 제재를 가한 가운데 홍콩 금융 당국이 관내 기관들에 미국의 제재에 따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9일 중국중앙(CC)TV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유엔을 통과한 국제 제제에 해당하지 않아 홍콩에서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관리국은 홍콩에서 인가를 받은 모든 금융·지불 업무 기관에 '관련 요구'를 전달했다면서 이들 기관이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오른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 공평 대우 원칙'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요구'를 상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미국의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홍콩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미국 재무부의 제재가 미국 본토를 넘어 홍콩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의 정책을 이행하는 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라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인 샤바오룽(夏寶龍)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중국 본토와 홍콩 고위 관리 11명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각종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람 장관 외에도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과 전임자인 스티븐 로, 테레사 청 법무장관, 존 리 보안장관 등 홍콩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대거 포함됐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의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중국과 홍콩 관리들과 거래 금지 압박을 받는 가운데 홍콩 금융 당국이 시장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홍콩을 기반으로 한 금융 기관들이 미국의 제재 요구와 홍콩의 제재 거부 요구 사이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의 이번 제재가 실제로 효과를 보려면 홍콩 금융 기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들이 미국에 특별한 금융 자산을 갖지 않고 있다면 미국 본토 내 제재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제재 대상 중 한 명인 뤄후이닝(駱惠寧)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은 "해외에 자산이 한 푼도 없는 만큼 제재는 헛수고 아니겠느냐"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00달러(약 11만8천원)를 부쳐 동결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이 홍콩이나 중국 본토의 특정 은행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국 상원이 최근 통과시킨 '홍콩 자치법'에 따라 향후 홍콩 자치권 억압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된 중국 관리와 홍콩 경찰 등과 거래한 은행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해지는 상황이 더욱 우려된다고 전한 바 있다.
아직도 세계 금융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의 위력은 막강하다.
과거 미국은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정권 계좌를 동결하면서 BDA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세계 모든 금융 기관이 BDA와 거래를 기피하고 고객들이 대량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 은행은 즉각 파산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다만 '핵무기'에 비교할 수 있는 이런 조처는 그 충격파가 너무나 커 가뜩이나 신냉전으로 치달은 미중 갈등을 극한으로 몰아가고,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갈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발효된 홍콩자치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된 중국·홍콩 관리들과 거래한 은행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할 수 있는 '핵 버튼'을 갖게 됐지만 갖게 됐지만 실제로 이를 누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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