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세 확대…'K-배터리'에도 부담

입력 2020-08-09 12:32  

유럽·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세 확대…'K-배터리'에도 부담
국내 3사 포함 기존 한·중·일 시장에 유럽업체 본격 가세
중국 CATL은 글로벌 1위 탈환 눈앞…시장 과열에 '치킨게임'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황금알을 낳는 시장일까, 치킨게임의 장이 될까.
최근 산업계에서 반도체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얘기다.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3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중국에 이어 유럽 등 해외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점차 글로벌 기업들의 배터리 경쟁도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반도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당장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 유럽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결코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 중국·유럽의 배터리 공세, 위협받는 국내 3사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이끄는 국가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3개국이다.
9일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상반기 배터리 사용량 누적 점유율은 10.5%(사용량 10.5GWh)로 반기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첫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의 CATL이 2위(10.0%), 일본의 파나소닉(8.7%)이 3위로 한·중·일 기업이 나란히 1, 2, 3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SDI(2.6%)와 SK이노베이션(1.7%)은 상위 3개사와 다소 격차 있는 4위와 6위를 차지하고 중국의 BYD(2.6%)가 5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시장 구도에 최근 들어 유럽업체들이 연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거대 자동차 시장을 등에 업은 유럽 화학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선언하면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의 소형 배터리 업체인 바르타(Varta)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독일 정부 등으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셀 연구개발에 필요한 3억 유로(약 4천223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영국 배터리 업체인 브리티시 볼트는 최근 영국 사우스웨일스 지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웨일스 자치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3년 양산이 목표로, 영국 내에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의 기존 배터리 업체들도 생산량 증대에 나서고 있고 폭스바겐·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해외 배터리 업체간 합작법인 설립은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인 폭스바겐은 현재 노스볼트와 손을 잡고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을 통해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유럽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찮은 셈이다.
당장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배터리 사들이 더 위협적인 상대다.
지난해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 차지를 지켜왔던 중국 CATL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생산과 수요가 차츰 회복되면서 하반기에는 다시 LG화학을 꺾고 배터리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일에는 미국 다임러그룹이 중국 CATL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공개했다. 내년 출시되는 주행거리 700km의 벤츠의 전기차 세단 '이큐에스'에 CATL 배터리가 탑재되고, 양사간에 주행거리를 늘리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도 지속하기로 했다.
그간 다임러에 배터리 공급을 해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CATL은 이미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의 테슬라의 중국 생산 차량 배터리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내수가 뒷받침되는 곳인데 유럽 시장까지 무서운 속도로 치고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 악재임은 분명하다"며 "한국 기업에 한참 못 미친다고 여긴 기술력도 많이 좁혀지면서 우리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치킨게임 우려 목소리…"당장 문제없어도 경쟁 대비해야"
이처럼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인해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는 치킨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앞서 대규모 적자를 무릅쓰고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투자금 회수까지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다만 반도체 만큼은 아니더라도 선후발 업체의 배터리 기술력 격차가 존재하고, 대규모 투자도 필요한 분야인 만큼 쉽사리 시장을 내주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 규모의 배터리 수주잔량을 확보한 상태고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흑자 기조에 들어가 지속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의 절반 정도의 일감을 따놓은 상태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굴지의 그룹사를 등에 업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고, 삼성SDI도 기술력을 앞세워 언제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며 "앞서 선점한 시장을 쉽게 뺏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다만 중국과 유럽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계속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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