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코로나19 급속확산 뒤엔 정쟁·휴가철·열악한 빈민가

입력 2020-08-10 10:22   수정 2020-08-10 10:29

세계 코로나19 급속확산 뒤엔 정쟁·휴가철·열악한 빈민가
확진 2천만 넘어…한달여만에 1천만 증가
미국·브라질·일본 정치쟁점화로 방역 혼선
'13억 인구' 인도는 빈민가 통제불능
유럽에선 휴가철·청년들 안전불감에 재확산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2천만명이 넘는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절반 이상은 미국, 브라질, 인도에서 나왔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10일 오전 8시(GMT 9일 오후 11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천만331명으로 미국에서 519만6천668명(26.0%), 브라질에서 303만5천582명(15.2%), 인도에서 221만4천137명(11.1%)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 최대피해국 미국에선 마스크 착용마저 정치쟁점화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4명 중 1명을 보유한 미국에서는 방역 대책을 둘러싼 정치 쟁점화가 화근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코로나19 확산 예방책으로 꼽히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도 찬반이 갈라져 정치적 이념에 따라 미국 사회가 두동강 났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꾸준히 권장해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참을 거부하다가 최근 들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거 없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해도 된다는 주장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허용했던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긴급사용 승인을 지난 6월 취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주장을 계속 되풀이했다.



◇ 브라질·일본도 보건-경제 딜레마 두고 방역차질
미국에서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브라질 상황도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정치 쟁점화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상황과 많이 닮아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길거리를 활보하고, 코로나19 치료제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거듭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어갔다.
코로나19를 그저 대수롭지 않은 감기 취급하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결국 지난 7월 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관저에 격리됐다가 같은달 24일 음성 판정을 받아 27일 복귀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정적 관계인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이 코로나19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브라질은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 넘게 나온 몇 안 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16만5천564명, 브라질에서는 10만1천136명이 코로나19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하루에 1천명이 넘는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나와 누적 확진자 5만명을 향해 달려가는 일본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정치적 상황과 결부된 모양새다.
일본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긴급 사태 선포와 거리를 두며 오히려 관광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 13억명 사는 인도 빈민가는 아예 통제불능
'인구 대국' 인도에서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연속 6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의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누적 확진자 규모가 큰 것일 뿐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감염률은 낮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위험성을 저평가할 수만은 없다.
코로나19 검사를 미국 수준으로 늘린다면 훨씬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와 미국과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의 빈민가에서는 마스크 착용은커녕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기본적인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따르기도 버거울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 상황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 유럽은 휴가철 맞아 재확산…방종한 청춘들 우려 부채질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중국 다음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어느 정도 통제권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여름 휴가철을 맞아 경각심이 느슨해지면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탈리아 정부는 강력한 봉쇄령과 마스크 의무 착용 등으로 최근 한동안 일일 확진자 100∼300명대의 안정된 추이를 보여왔으나 지난 7일 하루 동안 55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7월 중순부터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 이상 나오기 시작해 각각 지난 4일 5천760명, 지난 2일 2천820명이 무더기로 감염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유럽에서는 청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해변과 술집으로 몰리면서 확산이 다시 거세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가 공중보건 수칙과 자신들보다 코로나19에 더욱 취약한 연장자들의 안전을 경기한다고 질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유럽 젊은이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올해 봄을 망쳤다면서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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