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관 "해외 현지법인으로 유출된 자금 감시 강화"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지난해 증시에서 퇴출된 코스닥 상장사가 소액주주와 감사인을 속이고 투자금을 빼돌린 수법이 관세당국의 조사로 드러났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하 서울세관)은 전 코스닥 상장사 F사의 전 대표 A씨, 사위 B씨, 동생 C씨 등을 포함한 6명을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세관 조사에 따르면 A씨 등은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할 목적으로 해외 현지법인의 가짜 수출 실적을 만들어 영업실적을 부풀렸다.
서울세관은 "A씨 등이 국내 매출보다 해외 현지법인의 매출 확인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2015∼2017년에 필리핀 현지법인이 440억원 상당 수출을 한 것처럼 영업실적을 부풀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짜 해외 거래처의 이메일 계정을 생성하고, 해외 거래처와 거래를 협의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처럼 꾸몄다. 주문서, 인보이스, 선하증권(해상 운송 화물의 인도 청구권을 기재한 유가증권) 등 거래 관련 서류도 위조했다.
회계감사 때 감사인이 사실조회를 위해 해외 거래처 연락처를 요구하면 A씨 등은 감사인에게 가짜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고는 감사인이 발송한 채권채무확인서에 B씨(캐나다 시민권자)가 거래처 직원인 양 서명해 회신하는 치밀한 수법으로 감사인을 속였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A씨 일당은 분식회계로 주식시장에서 끌어모은 투자금 가운데 4천460만달러(약 530억원)를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필리핀 현지법인, 캐나다 법인 등 해외로 빼돌렸다.
A씨 일가가 해외로 유출한 자금은 현재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또 2018년 회계감사에서 실적 부풀리기 정황이 드러나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C씨는 거래정지에 앞서 보유 주식의 절반에 가까운 주식을 37억원에 처분했다.
예상대로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나오자 A씨는 캐나다로, C씨는 필리핀으로 각각 도주해 귀국하지 않았다.
회사는 감사인 의견거절 후 작년 상장폐지됐다가 다른 기업에 인수됐다.
소액주주 6천500명이 약 1천4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관세청의 소관업무 범위 내에서 조사를 벌여 A씨 등을 검찰에 넘겼다"며 "자본시장 관계법령 위반 등 여죄에 관해서는 검찰이 추가 조사를 거쳐 기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A씨 일가는 해외 현지법인의 활동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노렸다"며 "수출입기업이 현지법인으로 유출하는 자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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