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공룡뼈 이빨자국 등 분석…"서식지 내 모든 것이 먹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백악기 말기 공룡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고대 악어 '데이노수쿠스'(Deinosuchus)가 바나나 크기 이빨로 덩치가 큰 공룡까지 잡아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전문 출판사 '테일러 앤드 프랜시스 그룹'(Taylor & Francis Group)에 따르면 뉴욕공과대학 정골(整骨)의대 척추 고생물학자 애덤 코제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데이노수쿠스의 두개골과 이빨 자국 등을 연구한 결과를 '척추고생물학 저널'(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데이노수쿠스 리오그란덴시스(D. riograndensis)와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 밝혀진 데이노수쿠스 슈위메리(D. schwimmeri)가 거북과 공룡 뼈 등에 남긴 여러 개의 이빨자국과 두개골의 크기, 턱의 힘 등을 분석해 공룡 사냥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덩치가 1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이노수쿠스는 약 7천500만~8천200만년 전에 공룡과 함께 살았으며, 앞선 연구에서도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 공룡을 잡아먹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코제트 박사는 "데이노수쿠스는 물을 마시러 강변으로 오는 공룡들을 공포로 떨게 했을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데이노수쿠스의 완전체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가 분석한 종들을 통해 바나나 크기의 이빨을 가진 거대한 포식자가 드러나게 됐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테네시대학 고생물학자 스테파니 드럼헬러-호튼은 "데이노수쿠스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기회주의적 포식자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대한 덩치로 볼 때 서식지 내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먹이였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노수쿠스라는 속(屬)명은 "공포의 크로커다일"(terror crocodile)이라는 뜻이지만 크로커다일보다는 악어의 다른 종인 앨리게이터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데이노수쿠스의 큰 두개골은 길고 넓은 코 주둥이에다 코 앞부분이 올라가 있어 앨리게이터나 크로커다일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공룡시대 이후 악어 목(目)이 크게 변하지 않은 '살아있는 화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악어 목도 다른 그룹처럼 극적으로 진화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코제트 박사는 "데이노수쿠스는 코 주둥이 끝에 두 개의 큰 구멍이 존재해 독특한 형태를 보이는데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추가 연구를 통해 이 미스터리를 풀고 믿기 어려운 거대 악어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데이노수쿠스는 약 6천600만년 전 공룡 대멸종 이전에 멸절했으며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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