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점포 폐쇄에도 뒤늦게 사과…식사 후 '치킨집 2차 모임'에 비판 쇄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 롯데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지만, 업체 측의 안일한 '뒷북' 대응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메신저 화상 시스템을 갖춰놓고도 쓰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음식점의 특성상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광진구에서 직원 20명이 회의에 참석했다가 이 가운데 최소 10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롯데GRS 관계자는 "정례 회의는 아니었고, 영업활동 과정에서 각 매장에서 터득한 노하우와 잘된 점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회의가 늦게 끝나 참가자들이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회의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부진 극복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회의가 끝난 후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은 뒤 집단 감염이 일어난 서울시 광진구의 한 치킨집으로 옮겨 이른바 '2차 자리'를 가졌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면 회의를 진행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또 회의가 늦어져 저녁 식사를 했다 하더라도, 왜 굳이 문제의 치킨집에서 '2차 술자리'까지 이어갔는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롯데GRS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화상 회의를 원칙으로 하고 메신저를 활용한 관련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롯데GRS 관계자는 "매장마다 구조가 달라 화상 시스템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던 것 같다"며 "정확한 대면 회의 개최 이유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GRS 측은 전날인 11일 종각역점 직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것을 통보받고 하루 동안 이 매장을 폐쇄하고 방역을 했다. 이 지점은 다음 날인 12일 다시 문을 열었다.
또 확진자 발생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면목중앙점, 군자점, 소공2호점, 서울역사점, 숙대입구역점, 건대점 등을 11일 오후 7시께부터 문을 닫고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GRS는 이후 롯데리아 홈페이지나 SNS 그 어느 공간에도 고객에게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점을 알리지 않다가 종각역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만 하루가 꼬박 지난 이날 오후 6시께에야 홈페이지에 '뒷북 공지'를 올렸다.
이를 두고 롯데GRS가 최소한 전날부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를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영업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GRS는 공지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직원 마스크 착용, 조리 근무자 라텍스 장갑 착용, 수시로 손 씻기 등 위생 관리 매뉴얼 준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번 롯데리아 집단 감염을 두고 추가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류·유통업과 달리 식당에 머무는 동안 음식을 먹느라 마스크를 쓰지 않는 외식업의 특성 때문이다.
당장 종각역점 확진자의 배우자 역시 롯데리아 다른 지점 직원인 것으로 파악돼 걱정을 샀지만, 이 직원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롯데GRS는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당국의 지시에 따라 지속적으로 방역에 대응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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