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장기집권 루카셴코 대선 승리 불복 시위 닷새째 지속

입력 2020-08-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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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서 장기집권 루카셴코 대선 승리 불복 시위 닷새째 지속
수도 민스크 등 여러 도시서 수천명 시위…기업 근로자들도 참여
시위 현장 찾은 미국·EU 회원국 대사들 "평화적 시위 허용하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13일(현지시간) 26년을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타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민들이 인간사슬을 만들며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폭력 사용과 불법 체포, 당국의 선거 결과 조작 등에 항의했다.
일부 여성들은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흰색 옷을 입고 손에 꽃을 든 채 시위에 참여했다.
민스크 내 대형 기업과 병원 등에서도 근로자들이 연대 시위를 벌였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대형 국영제약사 '벨메드프레파라티', 건설자재 생산회사 '케라민', 건설사, 시내 병원 등의 직원들이 근무지와 인근에서 항의성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업에선 근로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들어 민스크 시내 승리 광장엔 약 2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집결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지나던 자동차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려 시위대에 지지를 보냈다.
민스크 외에 지방 도시들에서도 인간사슬 시위가 벌어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오후 벨라루스에 주재하는 미국,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의 대사들도 지난 10일 민스크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시민의 임시 추모시설을 찾아 헌화했다.
현장에 모여있던 시위대는 박수로 대사들을 맞으며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로 '감사하다'는 말을 외쳤다.
EU 대사 더크 슈에벨은 "우리는 벨라루스 여러 도시에서 목격하고 있는 폭력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벨라루스 정부는 주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는 지난 9일 치러진 선거에서 1994년부터 철권통치로 장기집권을 지속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날마다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최루탄, 섬광탄, 물대포 등으로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과 내무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내무부는 시위 첫째 날 3천여명, 둘째 날 2천여명, 셋째 날 1천여명, 넷째 날 700여명을 체포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6천명 이상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위과정서 최소 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해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정부는 시위대가 정권 교체를 노리는 외국 세력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면서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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