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보건원장 "음모론, 광범위하게 퍼질 것으로 예상 못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끝낼 종결자로 백신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백신 관련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고 CNN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거나 과도한 백신 투여가 아이들의 면역 체계를 망가뜨린다는 식의 믿음이 넓게 퍼지면서 반(反)백신 운동이 상당한 동력을 가진 나라다.
CNN의 5월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싼값에 대량으로 보급돼도 이를 맞겠다는 미국인은 6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33%는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CNN은 미국의 반백신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거짓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백신 음모론 중에는 백신에 원숭이 두뇌가 들어가 있다거나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음모라는 주장이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적 문신(trackable tattoo)이 들어가 있다거나, 백신을 맞으면 외모가 흉측하게 일그러질 거라는 음모론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음모론의 단골 소재가 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관련한 것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인류에게 추적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이식하려는 계획의 위장이고 그 배후에 게이츠가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작의 달인으로 불리는 로저 스톤도 게이츠 등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사람들이 검사를 받았는지 판별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심으려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유거브가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28%는 게이츠가 코로나19 백신을 이용해 마이크로칩을 심으려 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나 선전에 대처하려는 미 정부의 대응은 아직 더딘 실정이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우리는 뒤처져 있다"며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콜린스 원장은 "대중들의 (백신에 대한) 저항의 수준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며 "나는 그것(음모론)이 그처럼 광범위하게 퍼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밴더빌트대학 의료센터의 티나 하터트 박사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 부족이 대규모 발병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터트 박사는 "수개월 전에 이것(코로나19 홍보)을 시작해야 했지만 지금도 이 중요한 메시지 발신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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