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터키·그리스 군함 동지중해 대치 중 '접촉 사고'

입력 2020-08-15 00:10  

'앙숙' 터키·그리스 군함 동지중해 대치 중 '접촉 사고'
그리스 호위함이 터키 군함 후위 들이받아
그리스 "사고" 주장…터키 "도발"이라며 반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와 그리스가 동지중해 천연가스 탐사를 두고 대치 중인 가운데 양국 군함 간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리스 군함이 우리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를 공격하려고 했다"며 "우리 민간 선박에 대한 어떤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가 오루츠 레이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똑같이 보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국방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 군함의 충돌은 지난 12일 일어났다.
오루츠 레이스와 터키 군함은 동지중해의 키프로스 섬과 그리스 영토인 크레타 섬 사이 해역을 항해했으며, 그리스 군함들은 터키 측 함정을 근거리에서 경계했다.
그러던 중 '오루츠 레이스'에 접근하던 그리스 호위함인 '림노스'와 터키 호위함 'TCG 케말 레이스'의 이동 경로가 겹쳤으며, 림노스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림노스의 뱃머리가 케말 레이스의 후위와 충돌하는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그리스 국방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이것은 사고였다"며 "림노스는 파손되지 않았으며 다음 날 크레타 섬 인근 해역에서 프랑스 해군과의 합동 훈련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터키는 이를 두고 그리스의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그리스는 이틀 전과 같은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아테네가 이성을 가지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연합(EU)은 그리스 감싸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인 터키와 그리스는 지중해 동부 천연가스 탐사·시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터키는 지난 11일부터 안탈리아 남부 해역과 키프로스 섬 서쪽 해역에 오루츠 레이스를 투입해 천연가스를 탐사 중이다.
오루츠 레이스의 작업해역은 그리스 영토인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인근으로 그리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전쟁을 벌인 터키와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을 체결하고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의 영토로,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 대부분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터키에서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섬까지 그리스 영토가 되면서 양국은 EEZ를 놓고 수십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카스텔로리조 섬은 터키 해안에서 2㎞가량 떨어진 반면, 그리스 본토에서는 약 580㎞ 거리에 있다.
터키는 면적 10㎢에 불과한 카스텔로리조를 근거로 그리스가 4만㎢에 달하는 해양 관할권을 주장한다고 비판해왔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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