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합의 이행 원하면 화웨이·틱톡 제재 풀라는 중국

입력 2020-08-16 12:35  

무역합의 이행 원하면 화웨이·틱톡 제재 풀라는 중국
美대선 앞두고 대미 압박 카드화…"中기업 차별 중단" 요구 전면화
"무역합의 이행 점검 회의 연기, 중국에 나쁜 것 없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여부를 미국의 자국 기업 제재 문제와 연동시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했다.
11월 미국 대선까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여기는 1단계 무역 합의를 깰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자국 기술기업을 향한 미국 측의 압박을 막겠다는 움직임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과 관변 학자들은 최근 들어 1단계 무역 합의가 이행되기 위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런훙빈(任鴻斌)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한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들을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이 화웨이,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의 선도 기술기업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 문제를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이 연동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중국은 공식적으로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상대편의 갖은 압박이 계속될 경우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비교적 에둘러서 표현해왔는데 이제는 대놓고 화웨이와 틱톡 제재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관변학자들 사이에서도 무역합의 이행에 관한 미중 간 향후 논의가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천펑잉(陳風英) 전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우리는 할 수 있다면 더 많이 살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선거를 앞두고 모든 것을 정치화하고 있어 중국의 발전 방향 등과 관련한 일부 이견은 좁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을 '파산한 전체주의'로 비난하면서 군사·외교·기술·무역·인권 등 다양한 방면에서 상대방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대체로 수세적인 처지인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미국의 공세를 완화하는 대미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밀리면서 얼마 남지 않은 재임 중 치적으로 여기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를 더욱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중국이 이런 상대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 상황에서 1단계 무역 합의가 파기되면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가 또 중단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지지층인 '팜 벨트'의 농민들의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도 1단계 무역 합의 성과를 연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많은 것을 구입하고 있다. 그들은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 뒤 중국이 지난주 옥수수 구매 역사상 이틀간 가장 많은 양을 샀다며 많은 양의 대두와 육류도 샀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를 미국이 만족스러워하는 수준으로 확실하게 이행하지도, 대놓고 파기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출렁임에 속에서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과 에너지 등 주요 상품 구매를 완전히 중지했다거나 거꾸로 단기적으로 중국이 미국 상품 구매량을 크게 늘렸다는 보도가 엇갈려 흘러나온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는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정한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미국 상품 수입액은 564억3천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8% 감소했다.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 상품을 예년보다 훨씬 많이 구매해야 하지만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의 미국 상품 수입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미중 양국은 지난 1월 미국이 대중 관세를 일부 완화하고, 중국은 향후 2년간 2천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미국의 각종 대중 제재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당초 15일 화상 연결 방식으로 열릴 예정이던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첫 고위급 회의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에는 크게 나쁜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SCMP는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회의가 연기됨으로써) 중국이 계속 미국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증가하는 요구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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