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화상전대, 샌더스·미셸 오바마 출동…공화당 인사들도 지지연설
코로나19·인종차별 고리로 트럼프 정조준…'2016년 분열 재연 안돼' 한목소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우리 국민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은 이번 선거가 정치 이상인 것을 안다"
미국 민주당이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11월 대선의 당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나흘 간의 전당대회에 돌입했다.
밤 9시부터 2시간 동안 화상으로 진행된 첫날 행사를 관통하는 주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과 이날의 주제인 '우리 국민'에 의한 정권교체였다.
민주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론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불거진 인종 불평등 등 2가지를 집중 공략했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오프라인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고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거점으로 한 화상 전대가 치러진 상황을 되레 트럼프 공격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수천, 수만명이 모인 전통적 전당대회 대신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의 사회로 진행된 전대에서 화상으로 코로나19 피해자, 응급의료요원, 평범한 시민을 중간중간 연결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플로이드의 동생은 화상으로 등장해 인종 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침묵의 시간'을 제안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깜짝 출연해 인종차별 문제를 부각했다.
롱고리아는 '이례적인 전당대회'(unconventional Convention)라고 표현했다.
이날 바이든 지지 연설자 중 가장 주목받은 이는 마지막 부분에 나온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였다. 이들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명하는 전대 때도 첫날 연설자로 나왔지만,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그때만 해도 민주당은 여당이었고 힐러리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당히 앞서 패배를 예상하긴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권을 다시 가져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절박함이 커 보였다.
오바마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대통령"이자 "혼돈, 분열, 완전한 공감부족"만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서는 "진실을 말하고 과학을 믿을 것"이라며 보건 전문가 의견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겨냥했다.
샌더스 의원의 최대 화두는 단합이었다. 이 역시 2016년 대선 패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의 표출로 보였다.
당시 힐러리 후보와 한때 양자 구도까지 형성했던 샌더스 의원은 끝내 감정의 앙금을 제대로 씻어내지 못했고, 결국 샌더스 지지층의 대선 투표 불참으로 이어져 패배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샌더스 의원은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지지층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 심판과 바이든 지지를 강력하게 호소했다.
그는 "친구들이여. 여러분과, 이번 경선에 다른 후보를 지지한 모든 사람, 지난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들에게 말한다. 민주주의와 경제, 이 세상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전대에 앞선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우리는 이 나라를 단합시켜야 한다"고 화합을 주문했다.
이날 전대에는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를 지닌 멕 휘트먼 등 4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연설자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과 당내 경선을 벌인 케이식 전 주지사는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지만 이 애착은 조국에 대한 책임감에서 2번째"라며 "평상시라면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다"라고 바이든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의 간판급 다른 연사들도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문제를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정조준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우리는 이 위기에서 진실을 봤다. 이는 정부가 중요하고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생사를 결정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몇 달 간 우리는 무엇이 본질인지 배웠다. 이는 바이러스와 싸우기보다 동료 미국인과 싸우는 대통령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는 나머지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아버지를 잃은 크리스틴 우르퀴자는 "아버지의 유일한 기저질환은 도널드 트럼프를 믿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생명을 희생했다"고 성토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당대회 둘째 날인 18일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할 예정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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