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움직임 고교까지 퍼져 불편?…유니세프 "학생 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달 간 계속 중인 태국의 반정부 집회가 고교생들의 '동조 집단행동'으로까지 번지면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16일 반정부 집회 이후 여러 고등학교에서는 독재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와 흰 리본이 잇따라 등장하는 상황이다.
19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전날 "일부가 천진난만하게 참여하는 것이어서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쁘라윳 총리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한다는 얘기를 많은 학생으로부터 들었다. 이는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쁘라윳 총리는 세 손가락 경례와 '악연'이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 민주 세력들이 사용하는 제스처다.
검지, 중지, 약지를 펼쳐 하늘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인데, 2012년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에 등장한 것을 빌려왔다.
2014년 태국 군부의 쿠데타 당시 이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표시로 사용되면서 태국 민주 진영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 쁘라윳 현 총리다.
네티즌들은 세 손가락이 쿠데타 반대 또는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뜻한다고 풀이해 더욱 인기를 끌었다.
세 손가락 경례가 확산하자 최고 군정기관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 의장을 맡았던 쁘라윳 육참총장은 "세 손가락을 치켜들지 마라. 정 하려면 집안에서 하고 외부에서는 하지 마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쁘라윳이 총리가 된 뒤에도 세 손가락 경례 시위를 하다가 체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날 방콕 시내 삼센 위따야라리 고교에서 세 손가락 경례로 반정부 집회 지지를 표명한 고교생 중 한 명은 신문에 "우리는 다른 견해를 가진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것 역시 그들의 권리"라며 쁘라윳 총리의 발언을 반박했다.
이 때문에 쁘라윳 총리의 '불참자 왕따' 발언은 세 손가락 경례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태국 고교생들의 세 손가락 경례 집단행동에 대해 전날 성명을 내고 학생들이 위협받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회 시간에 세 손가락 경례를 한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행이 이뤄지고, 흰색 리본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태국 교육부는 이와 관련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각급 학교에 지시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