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수용체 ACE2 수위, 비강 후각상피 점막 700배 높아
미 존스 홉킨스대 연구진, '유럽 호흡기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일부는 다른 증상 없이 냄새만 맡지 못한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감기에 걸려도 일시적으로 냄새를 맡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후각 마비는 염증으로 비강이 좁아져 공기 흐름이 막히기 때문에 생긴다. 코로나19의 후각 상실과 다른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시적 후각 마비를 가져오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비강의 후각 감지 부를 덮고 있는 상피 점막 세포에 ACE2 수용체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었다.
후각상피 점막의 ACE2 수위는 코안 다른 부위나 기도 등과 비교해 최고 700배에 달했다.
ACE2 수용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자물쇠를 여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를 말한다.
이 연구는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의 앤드루 P. 레인 교수팀이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18일(현지시간) 유럽 호흡기협회가 발행하는 '유럽 호흡기 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에 실렸다.
비과학(鼻科學)과 두개 바닥(skull base) 수술 전문가인 레인 교수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종양·만성 축농증 등으로 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 23명의 비후(코의 뒷부분) 조직 샘플을 분석했다. 이중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냄새 수용체가 있는 후각상피 점막의 ACE2 수위는 코안이나 기도 등과 비교해 낮게는 200배, 높게는 700배나 됐다.
이렇게 높은 ACE2 수위는 만성 축농증 등의 치료 병력과 상관없이 모든 후각상피에서 비슷했다.
그러나 냄새 정보를 뇌로 보내는 후각 뉴런(신경세포)에선 ACE2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가 후각상피는 집중적으로 공격하지만, 후각 뉴런을 건드릴 가능성은 작다는 걸 시사한다.
레인 교수는 "우리 몸에서 후각상피는 바이러스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위"라면서 "게다가 ACE2 수위까지 높아, 신종 코로나 감염에 특히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레인 교수팀은 실제로 후각상피를 통한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은지 확인하기 위해 후속 실험에 들어갔다.
만약 그렇다면 코를 통해 치료제를 투여하는 게 코로나19의 유력한 옵션이 될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