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퍼지며 비판 여론 일어…경찰, 정식 수사 착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관광객의 분별 없는 행태로 문화유산이 훼손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한 여성 관광객이 폼페이의 고대 로마 유적지 내 욕장 건물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널리 퍼지며 화제가 됐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선 이 여성은 이른바 '셀카'를 찍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2천년 역사의 유적 위에 올라간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사진은 여성의 대담함에 놀란 다른 관광객에 의해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문제의 사진은 다수의 현지 언론에 소개돼 거센 비난 여론을 불렀다.
안토니오 이를란도라는 이름의 현지 한 건축가는 해당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폼페이 유적지에서는 누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안전거리를 위반하지 않으며 혼잡하지도 않다"고 비꼬았다.
유적을 관리하는 폼페이고고학공원 측도 성명을 통해 유적 위에 올라간 관광객의 행태를 개탄한다면서 "이는 무책임하며 야만적이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경찰은 이 일을 문화유산 훼손 사건으로 규정하고 여성의 신원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 여성이 기소돼 유죄를 받으면 최고 1년의 징역형과 함께 최대 3천유로(약 422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고대 로마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폼페이는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라는 천재지변으로 한순간에 폐허가 됐다.
16세기 수로 공사 도중 유적이 출토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됐으며 이 작업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폼페이 유적은 보존 상태가 훌륭한 데다 고대 로마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고고학적 가치도 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년에 400만명 안팎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앞서 북부 베네토주의 한 박물관에서는 오스트리아 국적의 한 남성 관광객이 200년 된 유명 조각상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다 일부를 훼손해 비판을 받았다.
경찰의 추적으로 신원과 소재가 파악된 이 남성은 문화재 당국에 복원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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