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약 한 주간 침묵…"팔레스타인 수도는 동예루살렘" 재확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정 맺어야 관계 개선 고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권의 지도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평화협약(아브라함 협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19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해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일방적으로 병합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한 이번 평화협약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중동 이슬람권이 '팔레스타인의 대의'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만큼 이번 전격적인 평화협약은 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UAE가 사우디와 밀접하고 이슬람권에서 사우디가 차지하는 종교·정치적 위치를 고려할 때 사우디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사우디는 13일 평화협약이 발표된 뒤 한 주간 침묵을 지켰다가 이날 처음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와 이슬람권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이란이 이 협약을 '이슬람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정하고 맹공하는 만큼 사우디는 자칫 종교적 선명성 경쟁에서 수세에 몰리게 될 수도 있다.
파이살 왕자가 조심스럽게 평화협약을 지지한 것도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살 왕자는 "사우디는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에 기반한 전략적 선택을 고수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주권 국가를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해 이스라엘과 여전히 대립각을 세웠다.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는 사우디가 2002년 선언한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계획으로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이전을 경계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골자로 한다.
파이살 왕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평화 협정을 타결해야 우리도 (UAE와) 유사한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가능성을 열 수 있다"라며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가 실행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UAE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을 일단 합병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평화협약을 맺고 수교를 앞뒀다.
중동 이슬람권에서 이스라엘과 수교한 나라는 이집트와 요르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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