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기간에 부친 장례 못 간 시민이 고발…"특혜 없어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해외 출장을 다녀온 말레이시아 장관이 14일 격리 의무를 건너뛰고 국회에 출석했다가 경찰에 고발당했다.
해당 장관을 고발한 시민은 14일 격리 의무를 지키느라 부친 장례를 못 치른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며 "특혜가 없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모하맛 카이루딘 아만 라잘리 플랜테이션산업·상품부 장관은 지난달 7일 나흘간의 터키 출장에서 귀국한 뒤 같은 달 13일 국회에 출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봉쇄조치'를 했던 말레이시아는 지금도 해외에서 돌아오면 코로나 검사 후 14일 동안 격리하고, 격리 해제 전 2차 검사를 받는다.
야당 소속 의원은 "확인해보니 모하맛 장관이 터키 방문 후 14일 격리 의무를 다 지키지 않고 국회에 출석했다"며 "왜 그에게만 특별대우가 주어지느냐. 그는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이달 18일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모하맛 장관은 귀국 당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국회에 출석하기 전 2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측근을 통해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과 시민들은 "다른 입국자들은 음성 판정이 나와도 무조건 14일 격리 의무를 준수한다"며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쿠알라룸푸르 외곽 프탈링자야에 사는 모하드 아슬람이란 남성은 19일 모하맛 장관을 격리 의무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모하드는 "나도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14일 격리 의무를 준수했다"며 "격리 기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이후 양성 판정이 나오는 사례가 있기에 격리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국민 안전과 건강에 대한 지도자의 이처럼 무관심한 태도는 심각하게 봐야 한다.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누르 아즈미 가잘리 말레이시아 보건부 차관도 지난 4월 18일 학생 30여명과 함께 식사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이동제한령 위반 행위'를 했다고 소문나 1천 링깃(28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16명 추가돼 누적 9천235명, 사망자는 누적 125명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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