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파 없는 민주 전대 현장…바이든은 '집콕' 피날레 준비

입력 2020-08-21 09:06  

[르포] 인파 없는 민주 전대 현장…바이든은 '집콕' 피날레 준비
전국구 스타로 키워준 '정치적 고향' 델라웨어서 대선후보 수락연설
"보이는 건 경찰·당 관계자·취재진뿐"…'컨벤션 효과' 미지수



(윌밍턴[미 델라웨어주]=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인파도 환호도 없다", "이전의 전당대회와는 전혀 다르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 나흘째 마지막 날이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후보 지명 수락연설이 열리는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시 체이스센터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델라웨어강 지류 부근의 윌밍턴의 대표적 이벤트 장소인 체이스센터는 동서남북이 높이 약 8피트(2.43m) 이상의 대형 철조망에 둘러싸여 일반인 출입이 봉쇄됐다.
행사장 진입로와 인근 도로 곳곳에도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통행이 차단됐다.
델라웨어주는 바이든이 29세 때 일약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내리 6선, 총 36년간 상원의원으로 일한 정치적 본거지이며 현 거주지가 있는 '제2의 고향'이다.
그는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났지만 10살 때 자동차 영업사원이었던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인근 델라웨어주로 이주한 뒤 이곳에서 살아왔다.
수락연설 장소로 이곳을 택한 것은 미국을 이끌 대통령이 되겠다는 오랜 꿈을 향한 출사표를 '전국구 스타'로 키워준 정치적 고향에서 던진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인 행사장 주변은 여느 전당대회 장소와 무척이나 다른 '낯선' 광경을 연출했다.
우선 코로나19 여파로 전당대회 자체가 전례 없는 화상 행사로 치러지면서 행사장에는 지지자를 포함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행사장 주변에서도 바이든 지지자나 당원 등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센터 외곽을 경비하는 델라웨어주 경찰관 퓨이트는 "행사장 주변에 아무도 없다"며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 전날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전당대회를 취재하러 온 CBS방송의 카메라 기자는 "평소 전당대회와 완전히 다르다"며 "보이는 건 비밀경호국 요원, 경찰, 보안요원 등 제복을 입은 사람이나 민주당 관계자들, 취재인력"이라고 말했다.
1992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부터 취재해왔다는 그는 "내가 본 가장 작은 전당대회"라고 말했다. 4년 전에는 프리랜서나 외부 용역 인력을 제외하고 300여명이 취재하러 왔지만, 올해는 약 18명만 왔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의 게리 마틴(62) 기자는 "통상 전당대회에서는 많은 인파, 군중의 소음, 우스꽝스러운 모자, 배지를 단 사람들, 화려한 풍선을 볼 수 있지만, 올해는 그런 것을 전혀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록 코로나19로 전당대회 형식이 달라졌지만, 그는 "이것이 길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며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마틴은 "어쨌건 과거의 전당대회는 행사장에서 소수의 사람만이 지켜봤지만, 지금은 다르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건 미래의 전당대회 모습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프라인 전당대회보다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뜨거운 호응 속에 현장 전당대회를 치른 후 한동안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라디오프랑스'의 그레고리 필립스 기자는 "이번 전당대회는 현장 만남도 없고 지지자도 없다"며 새롭지만 다소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 전망에 대해선 "누가 국가를 통합하는 지도자인지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더 잘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행사장 인근에서 만난 민주당 지지자 레이먼드 크루거는 "행사를 직접 못 봐서 아쉽지만 이게 뉴노멀일 수도 있다"며 "바이든이 해낼 것이라고 본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일생일대의 행사를 앞둔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종일 자택에만 머물며 연설 준비에 힘을 쏟았다.
이날 오후 찾아간 윌밍턴 호숫가의 집 주변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경비 담당자들은 낯선 이가 나타나자 바로 다가와 신원을 확인하고는 "여기는 사유지"라며 집 앞 도로 건너편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폭스뉴스의 카메라 기자는 "오전 6시부터 자리 잡고 있었지만, 바이든의 모습을 못 봤다"고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택에서 수락연설 예행연습과 준비를 마친 뒤 행사장으로 이동, 나흘간의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한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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