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원, 혼수상태 '푸틴 정적' 독일 이송에 반대(종합)

입력 2020-08-21 18:38  

러 병원, 혼수상태 '푸틴 정적' 독일 이송에 반대(종합)
독 인권단체, 나발니 후송 항공편 지원…러 병원 "환자 상태 불안정해 안돼"
나발니 측 "이송 금지는 죽으라는 것…몸에서 치명적 물질 검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를 유럽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안에 러시아 의료진이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나발니 측근들은 러시아 의료진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그에게서 주변 사람들까지도 위험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가 입원 중인 시베리아 옴스크 구급병원 수석의사는 모스크바에서 내려온 전문가들과 협진을 한 결과 나발니의 상태가 아직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퇴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수석의사는 "지난 밤 동안 (나발니의) 상태가 조금 좋아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안정된 상태는 아니다. 협진팀은 이송은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환자가 완전한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발니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앞으로 이틀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발니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는 트위터에서 "나발니는 여전히 혼수상태다. 옴스크 의사들은 하루 동안 진단도 내리지 못했다"면서 "설비를 갖춘 의료용 항공기가 나발니를 이송하기 위해 독일에서 왔는데도 옴스크 의사들은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송을 금지하는 건 나발니를 죽이려는 시도"라면서 "(의사들이 중독) 증거물들을 숨기고 '식인종'들과 하나가 돼 (상부의) 모든 지시를 이행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야르미슈는 러시아 당국과 옴스크 병원에 나발니의 독일 이송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나발니의 주치의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옴스크 병원 수석의사는 (나발니의) 부인과 나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퇴원증을 발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나발니가 유럽의 독극물치료 전문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크렘린궁에 요청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필요할 경우 크렘린이 나발니 이송에 관한 요청을 신속히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은 나발니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이날 오전 혼수상태 환자 수송 설비를 갖춘 특별 의료용 항공기를 러시아로 보냈다.
나발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독일의 인권단체인 '시네마 포 피스 재단'은 그를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기기 위한 항공기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병원에선 2년 전 역시 정체불명의 물질에 중독된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온라인 매체 '메디아조나' 발행인 표트르 베르질로프가 치료받았다.
앞서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을 잃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적극적인 치료 지원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의료 시스템상 환자가 입원 중인 병원의 수석의사가 퇴원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환자 이송이 어렵다.

한편 나발니가 지난 2011년 창설해 운영중인 '반부패펀드' 대표 이반 즈다노프는 경찰이 나발니에게서 '치명적인 물질'을 검출했다고 전했다.
나발니가 입원 중인 옴스크 병원을 찾은 즈다노프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수석의사 방에 머물고 있을 때 교통경찰 관계자가 들어와 수석의사에게 핸드폰(화면)을 보여주며 이것이 우리가 찾아낸 물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교통경찰은 수사 기밀유지를 이유로 발견한 물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이 나발니의 생명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을 야기하는 것이라면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보호복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발니는 고위 인사들의 비리와 부정축재 등을 고발하는 반부패 운동을 펼치며 푸틴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전날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오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다른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에 비상 착륙한 여객기에서 곧바로 현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나발니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신 것 외엔 다른 음식물을 먹은 게 없다면서 누군가가 차에 독극물을 타 그를 독살하려했다고 주장했다.

cjyou@yna.co.kr,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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