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응급실·중환자실 인력 완전히 철수
전공의 측 "내과 전공의 모두 철수한 건 맞지만 병상 부족 탓"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 일부 진료과에서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는 받을 수 없다는 내부 공지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내과에서는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는 받을 수 없다고 내부에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들이 응급실, 중환자실 인력도 남기지 않도록 결의하고, 완전히 철수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이 병원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내과는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등을 세부 전공으로 두고 있어 암 환자를 돌보는 등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전공의가 적지 않은 편이다.
내과 전공의들이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면서 현재 임상강사, 교수 등이 기존 진료와 수술 외에 응급실, 중환자실 근무에도 투입됐다. 병원 내부에서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으로 각 진료과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환자 유입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급 종합병원은 전공의 파업에 따라 신규 환자 입원과 외래 진료 예약을 줄이고, 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등 감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응급실과 선별·안심 진료소 업무는 유지하겠다는 게 병원의 입장이지만 앞으로 전임의 등까지 파업에 가세하면 지장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소속 전공의 측은 응급실에 들어오는 중환자를 받지 못하는 건 병상이 부족한 탓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아직 파업 초기여서 전공의의 공백이 진료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김형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세브란스병원)은 "내과 전공의가 다 철수한 건 맞다"고 하면서도 "중환자를 받지 못하는 건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과 전공의는 50여명 정도에 불과하고, 훨씬 더 많은 전문의가 있기 때문에 당장 전공의가 없다고 해서 차질을 빚진 않는다"며 "장기화할 경우 교수님들이 하루 12시간씩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버티지 못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응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는 등 스케줄이 변경되거나 환자가 헛걸음하는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환자에 당장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 3년차 레지던트에 이어 이날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까지 파업에 참여하면서 전국 수련병원의 전체 전공의가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은 병원 사정에 따라 파업에 유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응급, 분만, 투석, 중환자 담당 전공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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