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 여권에 중국, 말레이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을 포함한 국토 지도를 넣는 방안이 적극 추진돼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20일 여권에 서필리핀해(남중국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바 지역을 포함한 자국 지도를 표시하는 내용의 대체 법안을 승인했다.
법안 발의자인 루푸스 로드리게스 의원은 "중국을 상대로 한 서필리핀해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강조하고 사바에 대한 우리의 법적,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권에 관련 지도를 넣는 것은 필리핀이 서필리핀해와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 이내인 EEZ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중국이 2012년 필리핀 서부 해안에서 124해리(약 230㎞) 떨어진 리드뱅크(중국명 리웨탄, 필리핀명 렉토뱅크)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강제로 점거하자 PCA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PCA는 2016년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스카보러 암초를 계속 점거하며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어민들의 조업을 막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필리핀은 또 말레이시아와 사바주(州)의 영유권을 두고 수십년간 대립각을 세워왔다.
과거 필리핀 남부 술루 제도와 함께 보르네오섬을 영향권에 뒀던 술루 술탄국은 1878년 당시 말레이시아를 식민 통치하던 영국 노스보르네오컴퍼니와의 계약을 통해 사바 지역 점령권을 영국에 넘겼다.
이후 술루 술탄국은 1915년 미국이 필리핀 전역을 식민지화하면서 주권을 상실했으나, 영국과 말레이시아는 해당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며 술루족들에게 매년 5천 링깃(약 134만원)씩을 지급해 왔다.
반면 술루족은 이 계약의 성격이 '임대차'라며 말레이시아에 사바주 반환을 요구한다.
역대 필리핀 대통령 다수도 이런 주장에 동조해 말레이시아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사바주를 무력으로 되찾기 위해 비밀 민병대를 육성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2016년 6월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이었던 같은 해 5월 사바주의 영유권을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말레이시아 정부의 반발을 샀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