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민스크서 3천명 시위…루카셴코 "야권, 서방지원 받아 혁명 시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 결과에 불복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22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시위와 근로자들의 동조 파업은 지난 9일 대선 이후 2주째 계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민스크의 독립광장에선 약 3천명의 시민이 부정 선거 무효화와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시내 독립대로를 따라 행진한 뒤 정부 청사가 있는 독립광장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번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도전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동료로 정권 이양 준비를 위해 야권이 설립한 조정위원회 위원인 마리야 콜레스니코바는 이날 연단에 올라 평화적 시위를 계속하자고 촉구했다.
경찰은 야권의 이날 시위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체포도 없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반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와 인접한 서부 국경도시 그로드노를 방문해 야권이 서방의 지원을 받아 정권 교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루카셴코는 모든 시위 주동자와 조종자들을 색출하라고 보안 기관에 지시하면서,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배후에서 시위를 기획하고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로드노의 군부대를 방문해서는 서방 세력이 시위를 부추겼으며 서부 국경에 나토군이 배치됐다고 주장하면서, 국방부와 서부 지역 군부대에 그로드노를 중심으로 한 서부 지역 방위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야권이 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나토 군대를 벨라루스로 끌어들이려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벨라루스는 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로드노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면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기업이 가동되지 않으면 24일부터 (회사 측이) 문을 잠가버려라"라고 요구하면서 그 뒤 파업 열기가 식으면 누구를 일자리에 복귀시킬지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친서방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로뉴스(Euronews)와의 인터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루카셴코가 최근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확신이 있으면 국제참관단을 초청해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만이 벨라루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벨라루스에선 1994년부터 철권통치로 장기집권을 지속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야권과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 노동자들도 파업과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야권은 대선 후 안전 문제로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는 티하놉스카야의 주창으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루카셴코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야권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정권 찬탈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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