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완치자 항체 빌려쓰기 …에볼라·독감 당시 이미 활용
제약업계, 단일클론항체 개발에 주력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혈장치료를 23일(현지시간) 긴급승인했다.
혈장치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환자들을 보호할 과도기 처방으로 주목되지만, 획기적 대책은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환자의 항체가 함유된 혈장을 추출해 중증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의 혈장치료는 최근 에볼라와 1918년 독감 팬데믹 때도 이미 사용된 만큼 완전히 획기적인 의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FDA의 이날 긴급승인으로 입원 환자들이 혈장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긴 했으나 그 효과가 아직 완전히 확인된 것도 아니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 혈장치료는 중증환자를 비롯해 여러 집단을 상대로 시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메이요 클리닉은 7만1천명을 상대로 혈장치료를 진행했다.
초기 결과에서는 혈장치료가 안전하다는 점, 항체가 많이 함유된 혈장을 감염 초기에 받은 사람들에게 효과가 가장 좋다는 점이 나타났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 결과를 온전히 혈장치료의 효과로 단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시험 참여자가 혈장치료를 받은 까닭에 플래시보(위약)가 투여된 이들과의 비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혈장치료가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돌파구는 아니라는 학계의 일반적 의견을 소개했다.
항체 투여의 효과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증거를 토대로 분석할 때 과연 효과가 있는지, 언제 얼마나 투여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스콧 고틀리브 전 FDA 국장은 "아마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긴급승인에 따른 변화가 급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약사들은 팬데믹의 심각성을 고려해 항체를 이용한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에 효과적인 치료제는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증환자용이며 백신 보급도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연구자들과 보건당국은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 등이 시험하고 있는 '단일클론항체'에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단일클론항체는 감염 직후 가볍게 증세를 느끼는 사람들이 중증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건강한 사람이 단일클론항체를 투약하면 한 달 정도는 감염을 예방할 수도 있다.
이런 치료제가 실제로 개발된다면 요양원에 있는 고령자들이나 현장 의료진처럼 위험에 노출된 이들에게 임시 백신이 생기는 셈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감염 초기에 안전한 치료법이 필요하다"면서 "단일클론항체가 으뜸"이라고 말했다.
올해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는 제약업체로는 비어 바이오테크놀러지와 제휴사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아다지오 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사용허가를 얻은 항체 치료제에 대한 1차 임상시험에 이달 이미 착수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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