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승리 이끈 '미국 우선주의' 구호 속 경합주·부동층 표심잡기
바이든보다 '통합·리더십' 이미지 열세…경제 회복·코로나 대응 매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24일(현지시간)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경제 상황,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리더십에 대한 평가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5월 발표한 분야별 대처 능력에 대한 대선후보 평가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국가 통합과 리더십, 바이러스 차단, 보건 분야에서 바이든 후보가 잘 대처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와 고용,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잘 대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NBC방송과 공동실시해 전날 내놓은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41%)은 바이든 후보보다 9%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경제를 잘 다룰 대통령이라는 응답만 보면 48%가 트럼프 대통령을 뽑아 바이든 후보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약점으로 지목된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당면 과제가 된 셈이다.
우선 발등의 불은 코로나19 극복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처에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대선 전 백신 개발이 전세를 뒤집을 승부수라고 여기고 총력전을 펼쳐왔다.
그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최대 성과로 내세워왔지만 코로나19로 경제지표는 망가졌고 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CBS방송과 유고브가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에서 4∼7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7%는 코로나19 대응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평가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4월29일∼5월5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긍정적 평가는 41%지만 부정적 평가는 59%에 달했다.
침체에 빠진 경제 회복도 과제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 속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이는 세계화에 따른 미 산업시설의 해외 이전으로 일터를 잃고 그나마 남은 값싼 일자리도 이민자와 경쟁하던 저소득·저학력의 보수층 백인 노동자에게 먹혀들었고 대선에서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 석권으로 이어져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미 노동자 이익을 강조하고 나섰다. '어게인 2016'을 위해 경합주를 방문, 부동층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은 1920∼30년대 대공황 이후 경제가 최악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화를 키운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면서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전 세계를 휩쓴 질병에 따른 경제 위기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경제지표의 반등 여부가 유권자 표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관건이다.
5월 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에 숨진 후 전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진압으로 일관했고 배후에 극좌 세력이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이 "국민을 통합하지 않고 분열시키려 한다"며 비판하고, 공화당에서도 일부 동조하는 등 보수층 내부 균열이 일어났다.
동맹을 경시하고 국제기구나 협정을 무시해온 외교정책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약화와 신뢰 상실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주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규정, 맹폭했다.
그러나 백인, 고령, 저학력 유권자 중심의 공화당 지지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전히 높은 지지를 보인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미 국민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경제 혼란, 인종적 불만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다고 밝히며 힘겨운 재선 투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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