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벨기에 팬의 이야기…BTS의 노래는 '위안', 성장은 '영감'
"힘겨울 때 혼자 아니라고 느껴…그들도 연약하지만 용기있어, 나도 할 수 있다 생각"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방탄소년단(BTS)은 제게는 삶의 위로이자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가족과도 같죠. 제 삶에 그들이 있다는 데 감사함을 느껴요."
벨기에 북서부 도시 안트베르펜에 사는 '아미'(ARMY·BTS 팬)인 직장인 켈리 마리선(27) 씨는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BTS의 성공 요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BTS의 후원자이자 동반자로 일컬어지는 아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아미들은 낯선 한국말로 노래하는 BTS를 어떻게 사랑하고 지지하게 됐는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아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한 벨기에 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BTS는 제게 위안을 주고,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아마도 많은 아미들에게도 그럴거에요.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인생에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저는 BTS가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데 이르는 길에서 우리를 이끌어주고 있다고 느껴요. 아마도 BTS 그들 자신이 걸었을, 어쩌면 지금도 걷고 있을 그 거친 길에서 말이죠."
BTS는 그동안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연작 앨범을 비롯한 많은 노래와 콘서트, 멤버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팬들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 데뷔 이래 경험했던 여러 시련과 방황, 상처,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고, 외부의 장벽과 내면의 고뇌에도 그들이 꿈꾸고 믿는 것을 향해 용기를 내 나아갔던 여정을 보여줬다.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일곱 청년의 이러한 '고백'과 '다짐'은 그들이 슈퍼스타가 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지지하며 함께했던 팬들을 향한 사랑, 응원의 메시지와 끊임없는 소통은 BTS와 아미 사이에 특별한 유대감을 만들어냈다.
마리선 씨는 "그들은 자신이 꿈꾸는 것을 위해 싸울 용기를 갖고 있어요. 그건 제가 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죠. 동시에 그들은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모두가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것은 그들 역시 상처받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고 공감하게 만들죠"라고 말했다.
"저는 제 삶에 그들이 있다는 데 정말로 감사해요. 다른 팬들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힘겹고 좌절감을 겪을 때 우리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성공한 어떤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들은 언제나 목표로 했던 그 꿈에 도달했어요. 그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분투가 있었고, 확신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원하던 것에 이를 수 있었죠. 이것은 당신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들죠."
2009년부터 K팝을 좋아하던 마리선 씨는 2013년 BTS의 데뷔 때 잠시 그들의 노래를 즐기다가 2016년 BTS 정규 2집 '윙스'(WINGS)의 타이틀곡인 '피 땀 눈물'에 매료돼 BTS의 팬이 됐다.
"저는 패션과 독특함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당시 BTS의 모든 것이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죠. 솔직히, BTS에 좋아하지 않을만한 것이 뭐가 있나요? 모든 멤버들 각자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특별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요. 또 그들은 언제나 변화를 시도해요.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도 변화를 만들려고 하죠.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식을 퍼뜨리려는 노력을 통해서요."
마리선 씨에게 언어는 BTS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큰 장벽이 되지 않았다.
"제게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꼭 언어를 기초로 하는 것은 아니에요. 멜로디와 그 안에 담긴 느낌 등 많은 요소가 있죠. 처음에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노래를 듣고, 그 다음 가사를 봅니다. 그러면 가사가 제가 가졌던 느낌에 더해지죠."
마리선 씨에게는 BTS 팬인 친구가 여럿 있다. 이들은 BTS의 자체 제작 예능인 '달려라 방탄'(Run BTS!)이나 뮤직비디오 등을 같이 보며 바쁜 일상의 피로를 풀고 콘서트에 함께 가며 기쁨을 나눈다.
"저희도 왜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BTS의 음악을 들으면 그냥 안심이 돼요. 저희 중 누군가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재미있는 BTS의 영상을 서로 보내주며 기운을 북돋곤 하고요. 또 BTS 덕분에 콘서트와 온라인에서 전 세계의 멋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마리선 씨는 자신은 조금은 닫혀 있고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BTS가 자신을 조금 더 열린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더불어 삶에서 자신이 이뤄낸 것들에 대해서도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것이 전일제(full time) 일자리를 구하고, 운전면허증을 따고, 내 차를 갖고,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등과 같이 비록 작은 것들일지라도요. 저는 이 모든 것이 제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작은 승리들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유럽을 비롯해 BTS의 월드 투어 콘서트도 취소됐다.
마리선 씨는 "모든 이의 건강이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면서 세계의 상황이 더 밝을 때 BTS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콘서트 영상이나 사진을 보며 위안을 삼고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공개된 BTS의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 이후 6개월 만에 공개하는 신곡이자 데뷔 이래 첫 영어곡이다. 코로나 시대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힐링송'이다.
"정말로 '에너지 폭탄'처럼 곧바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곡이에요. 정말로 좋아합니다. 전부 영어로 돼 있어서 해외 팬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점도 굉장히 재미있고요. 하지만 저는 BTS가 대부분은 계속해서 한국의 뿌리를 유지하기를 바라요. 그들이 자신의 뿌리와 언어를 고수하면서 이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거든요."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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