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사망자 증가 속 '코로나19에 승리하는 브라질' 행사 개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집권 이래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계속해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언론인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코로나19에 승리하는 브라질' 행사를 통해 언론인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국영 TV를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연설을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과거 군 복무 시절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적지만, 언론인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자신보다 생존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으로 표현했으며, 지방 정부의 사회적 격리 조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언론인에 대한 악담은 가족 비리 의혹에 관해 질문한 기자를 공격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전날 브라질리아 대성당을 찾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전직 보좌관 파브라시우 케이로즈가 자신의 부인 미셸리 보우소나루 여사의 계좌에 수상한 돈을 입금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주먹으로 당신 입을 갈리고 싶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 일가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 케이로즈는 플라비우가 리우데자네이루 주의원이던 시절 보좌관들에게 지급한 월급의 일부를 돌려받는 '월급 쪼개기'를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언론계와 정치권, 법조계, 시민단체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으며, 야권은 미주기구(OAS)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브라질 언론은 코로나19 피해가 여전한 상황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승리하는 브라질' 행사를 개최한 데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브라질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전날까지 누적 확진자는 360만5천783명, 누적 사망자는 11만4천744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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