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방송, 미국 극우음모론 집단 큐어넌의 출처로 부상"

입력 2020-08-25 11:59  

"러시아 국영방송, 미국 극우음모론 집단 큐어넌의 출처로 부상"
SNS 분석업체 보고서…RT방송, 큐어넌 공유 순위 상승
"큐어넌 국제화…일본·브라질·영국 등에 지지세력 급증"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러시아 국영방송 기사가 미국 온라인상 극우 음모론자들의 '자료출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업체 '그래피카'는 24일(현지시간) '큐어넌'(QAnon)을 분석한 특별보고서를 내놨다.
큐어넌은 익명을 뜻하는 단어(anonymous) 앞에 미국 에너지부 최고기밀등급인 큐(Q)를 붙인 조어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극우 성향의 음모론자를 말한다.
2017년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큐'라는 사용자가 올린 '친(親)트럼프 반(反)민주당' 내용의 음모론을 다른 사용자들이 확산시키면서 큐어넌이 탄생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피자가게 지하에서 아동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피자게이트'가 큐어넌의 대표적인 음모론이다.
그래피카 보고서에 따르면 큐어넌이 공유한 글을 출처별로 정리했을 때 러시아 국영 RT방송 웹사이트는 2018년엔 '70번째로 많이 공유된 도메인'이었으나 올해는 23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한 달만 보면 12위였다.
큐어넌이 지난 한 달 제일 많이 공유한 RT방송 기사는 '텍사스의 한 의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하이드로클로로퀸이 무용하다는 제약사들의 주장을 반박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이드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예방하고자 복용한다고 밝혔던 말라리아 약이다.
달러 기축통화 체계가 붕괴하고 금본위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 기사와 트위터가 큐어넌 계정을 삭제한 것이 오히려 이들의 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 등도 큐어넌이 많이 공유한 RT방송 기사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그래피카는 2017년 12월과 2018년 4월 사이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터넷리서치에어전시'(IRA)가 큐어넌의 활동을 지원했다고도 주장했다.
'#QAnon'이나 큐어넌의 구호인 '#WWG1WGA'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 1만7천개를 작성한 3개 트위터 계정이 러시아 크렘린 연계 정보기관에 연계됐단 의혹으로 작년 1월 삭제됐다는 것이다.
그래피카는 "큐어넌이 국제화하면서 전 세계에서 반정부 음모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일본과 브라질,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큐어넌을 지지하는 커뮤니티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큐어넌은 여태까지 연구한 음모집단 가운데 가장 끈끈하게 연결된 집단"이라면서 "코로나19를 두고 계속 논쟁이 벌어지고 미국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져 오면서 큐어넌은 여러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과거와) 비슷한 음모론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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