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통과에 재계 "불확실성 확대, 경영위축 우려"(종합)

입력 2020-08-25 14:25   수정 2020-08-25 17:35

공정경제 3법 통과에 재계 "불확실성 확대, 경영위축 우려"(종합)
"코로나19 등 위기속 우려가 현실화, 경영권 흔들리고 소송 급증 가능성"
경총·전경련 등 경제단체도 "재계 입장 반영 안돼…경제활성화 우선돼야"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그리고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재계에는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업활동을 더 옥죄는 법안이 시행을 앞두면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분위기였다.
정부는 현재 해고자·실업자들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비조합원 노조 임원 선임을 허용하는 등의 노동조합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어 재계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 재계 "독소조항 수두룩…경영위축 우려"
재계는 이번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활동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독소조항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향후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단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에 대해 회사가 투기자본에 휘둘릴 우려가 커졌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데 개정된 상법에는 감사위원회 의원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서 3%로 제한된다.
정부는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하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재계는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이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의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028260]을 공격했을 때처럼,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총수입스왑거래(TRS)로 공시 없이 지분을 매집해 경영위협을 가할 경우에 뾰족한 방어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2∼3대 주주나 해외투기자본들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하고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만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 합병(M&A) 세력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재계는 "해외 입법 사례와 충돌할 뿐만 아니라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날 상법과 함께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재계는 "정부가 지주회사 만들라고 권장하더니 규제만 더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상 기업이 늘게 된다.
해당 기업이 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커진다.
재계에선 삼성생명[032830], SK㈜, 현대글로비스[086280] 등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될 것으로 본다.
지주회사 전환 시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높인 것 역시 그만큼 지분매입 비용이 증가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의 전속 고발권 폐지는 앞으로 가격·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의 경우 누구나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도 가능해짐에 따라 고발·수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엽합회는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이번 개정은 상당한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단체·재계 "코로나로 위중한 데 설상가상"
경영자단체의 모임인 경총은 이날 국무회의 통과와 동시에 즉각 입장자료를 내고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 담합 관련 고발 남발, 기업간 거래 위축 등 기업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경제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총, 전경련, 중견련 등 대표 경제단체들은 이번 정부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공동 의견서를 제출하며 꾸준히 반대 의사를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총은 "이번 개정안에는 상법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 공정거래법의 사익편취 규제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중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도 "경제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법안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기본 룰을 훼손하고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경제계 우려를 전달했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에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의는 그러면서도 "정부의 공정경제 질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재계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함께 논의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정·보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역시 앞으로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제약도 많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조항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지고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이나 외부의 과도한 경영간섭에 취약해 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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