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언급하며 "EU 뒤에 숨어 해적질과 불법 추구"
"그리스는 역사서 교훈 못 얻어…가짜 불량배처럼 행동"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동지중해의 천연가스 자원을 놓고 그리스와 대치 중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어떤 양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만지케르트 전투(1071년 셀주크 제국이 동로마제국을 무찌른 전투) 승전 기념식에서 "지중해와 흑해, 에게해에서 우리에게 권리가 있는 것은 모두 취할 것이며 어떤 양보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를 보장하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더는 터키를 상대로 인내심과 결단력, 용기, 기회를 시험해 볼 수 없다는 것을 세상 모든 나라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터키는 지난 11일부터 안탈리아 남부 해역과 키프로스 섬 서쪽 해역에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를 투입해 천연가스 자원을 탐사 중이다.
오루츠 레이스의 작업해역은 그리스 영토인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인근으로 그리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터키 해군은 군함을 동원해 오루츠 레이스를 호위하고 있으며, 그리스 역시 해군 함정을 투입해 터키 해군과 지질 조사선을 근거리에서 경계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터키 군함과 그리스 군함이 서로 충돌하는 '접촉 사고'가 발생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은 갈수록 치솟는 양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그리스를 언급하며 "대가를 치르고 싶다면 와서 우리와 상대하라. 그럴 용기가 없으면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는 비잔틴 제국의 유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으며, 유럽연합(EU)의 뒤에 숨어서 해적질과 불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리스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지중해의 가짜 불량배처럼 행동한다"며 "우리는 그리스에 멸망으로 치달을 수 있는 실수를 자제하라고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전쟁을 벌인 터키와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을 체결하고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의 영토로,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 대부분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터키에서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섬까지 그리스 영토가 되면서 양국은 EEZ를 놓고 수십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터키가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카스텔로리조 섬은 터키 해안에서 2㎞가량 떨어진 반면, 그리스 본토에서는 약 580㎞ 거리에 있다.
터키는 면적 10㎢에 불과한 카스텔로리조를 근거로 그리스가 4만㎢에 달하는 해양 관할권을 주장한다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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