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낙관 시나리오 성장률 각 -1.3%·-0.9%…환란 후 22년만의 역성장 예고
금통위 "코로나 재확산 영향으로 국내 경제회복 예상보다 더딜 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연숙 성서호 기자 = 한국은행이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5월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외환위기(1998년 -5.1%)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을 우려하며 -0.2%의 성장률을 제시했지만,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자 3개월 만에 성장률 눈높이를 다시 크게 낮춘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겨울까지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2.2%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 한은 "올해 연간 수출 -4.5%, 민간소비 -3.9%, 취업자 -13만명"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1.1%포인트(p)나 내렸다.
한국 경제가 실제로 '역성장'을 경험한 해는 1980년(-1.6%), 1998년(-5.1%) 단 두차례 밖에 없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마이너스(-1.6%)를 점쳤던 2009년조차 실제 성장률은 0.8%에 이르렀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외환위기 당시(1998년) 이후 22년 이래 첫 사례다.
내년 성장률은 2.8%로 전망됐다. 역시 직전 전망(3.1%)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 0.4%, 1%로 제시됐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며 "수출 감소 폭이 다소 줄었으나 민간소비 개선 흐름이 약화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도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세가 이어졌다.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고용 상황도 계속 부진했다"고 최근 경기를 진단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경제의 회복 흐름은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 등으로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올해 GDP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2%)를 상당폭 하회하는 1%대 초반 수준으로 예상되며,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1% 포인트가 넘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가장 큰 배경은 역시 최근 급격히 나빠진 코로나19 상황이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만약 코로나 재확산이 없었더라면, 성장률을 -1%대까지 하향 조정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긴 장마와 집중호우도 3분기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반대로 정부의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재정 지출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우선 하반기 상품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5.6%나 줄면서 연간 감소율이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IT(정보통신) 부문의 경우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세계 수요 둔화로 디스플레이패널·휴대전화 등이 부진하고, 이외 부문도 저유가·수요 둔화에 고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 역시 상·하반기 각 -4.4%, -3.4%의 성장률로 연간 3.9% 뒷걸음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최근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이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우려됐다.
건설투자도 올해 0.7% 역성장하겠지만, 설비투자는 IT 부문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2.6%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3만명 감소했다가 내년 20만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의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예상액은 각 540억달러, 550억달러였다. 두 해 모두 2019년의 600억달러보다 적은 규모다.
◇ 한은 "-1.3%는 현재 2단계 거리두기 가정…3단계면 실물경제 회복 더 제약"
하지만 -1.3% 연간 성장률조차 세계 코로나19 확산이 내년 중반 이후 진정되고,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도 연초와 비슷한 기간만 지속된다는 '기본' 가정에 따른 것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1.3% 성장률이라도 지키려면 3분기와 4분기에 각 1%대 중반의 성장(전분기 대비)에 성공해야 한다.
만약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진정 시점이 내년말 이후로 늦춰지고, 국내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상태가 겨울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은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1.3% 성장률과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대응이 지금 수준(2단계)에서 유지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며 "(거리두기) 3단계가 된다면 아무래도 국내 실물경제 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주가와 환율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대 역성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까지 한은, 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현실적 수치는 지난 6월 OECD가 코로나19 2차 확산을 가정하고 내놓은 -2.5%이고, 지금 이미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은은 기본 가정보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진정 시점이 앞당겨지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역성장 폭이 0.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회복의 형태는 기준과 관점에 따라 'V'자나 '나이키' 모양이나 모두 가능한 얘기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반등 형태는 말하는 분의 맥락을 알아야 의미가 있는 얘기"라며 "전기 대비 성장률의 경우 5월 전망이나 이번 전망이나 모두 'V'자 반등에 가깝고, GDP 레벨(절대수준) 기준으로는 5월, 8월 전망에서 모두 '나이키' 형태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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