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들 교육현장에 되돌려 놓아야…정책 졸속추진 반대"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따라 9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최소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면 정상적인 실기시험이 진행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KAMC는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자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대정부 요구는 선배 의료계에 맡기고 본연의 학업에 전념할 것을 권유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간 의-정 협의에 진전이 없어 교수들이 직접 나서 학생을 보호하고자 한다"며 시험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 총 3천여명 중 시험을 취소한 2천700명을 제외한 300∼400여명의 학생은 시험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우리에겐 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두 달에 걸친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다"며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 내년 6월로 의사 실기시험을 연장하기로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2단계 거리두기를 기준으로 시험을 준비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응시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며 "3단계에 맞는 방역 기준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시험 연기에 대한 근거를 담은 공문을 오늘 오전 국시원에 제출했고, 그 공문이 보건복지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 때문에 의대생들이 교육 현장을 떠나 집단행동에 나섰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등 졸속으로 수립된 보건의료정책을 의학교육 전문가가 포함된 의정 협의체와 함께 원점에서 재검토해 의대생들을 교육현장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 3천명의 새내기 의사가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에 필요한 인턴, 공중보건의, 군의관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번 사태로 의사양성이 중단된다면 의료공백과 의학교육 부실이 발생하고 그 책임의 중심에는 정부가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수들로서는 빨리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해결돼 학생들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심정"이라며 "의대생들의 행동을 멈출 수 있는 건 정부의 결단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국가고시 응시 회원 3천36명 중 93.3%인 2천832명이 원서 접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마지막 학년을 제외한 전국 의대생 1만5천542명 중 91%인 1만4천90명은 휴학계를 제출했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각 의과대학 학생회장들이 내달 1일까지 추가로 휴학계를 수합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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