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같은 형성물질 가진 E-콘드라이트 수소 함량으로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물(H₂O)은 혜성이나 소행성이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지구가 만들어질 때부터 갖고 있던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는 태양 주변의 먼지와 가스로 된 원시행성 원반에서 형성될 때는 온도가 너무 높아 물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돼 왔으며, 이를 근거로 지구의 70%를 덮고 있는 물은 지구가 형성된 뒤 태양계 외곽서 온 혜성이나 소행성이 전달해 줬을 것이란 가설이 힘을 얻어왔다.
그러나 프랑스 연구진이 운석 분석을 통해 지구형성 물질이 충분한 물을 함유하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해 지구 물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과학진흥회(AAAS)와 세인트 루이스 워싱턴대학 등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과 로렌대학 산하 '암석학·지구화학 연구센터'(CRPG) 연구진들은 지구를 형성한 것과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 운석인 '완화휘석 콘드라이트'(enstatite chondrite·E-콘드라이트)를 분석해 지구를 형성한 물질이 현재 바다가 가진 물의 3배 이상을 공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E-콘드라이트는 지구에 떨어진 운석 중 2%밖에 안 되는 희귀 운석이지만 태양계 안쪽 물질로만 만들어져 지구를 형성한 것과 같은 물질로 돼 있다.
논문 제1저자인 CRPG 연구원 로레트 피아니는 "태양계 안쪽에서 암석형 행성들이 형성될 때 물이 응축되기에는 기온이 높았지만 (물을 만들 수 있는) 수소(H)를 가진 물질이 존재했다"면서 "우리 연구 결과는 지구를 형성한 물질이 물을 만드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구를 만든 물질이 태양계 안쪽에서 나온 것들이어서 건조했을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추정을 뒤집는 것이다. 태양계 내부는 물이 응축되거나 행성 형성과정에서 다른 고체와 결합하기에는 기온이 너무 높았던 것으로 간주돼 왔다.
연구팀은 E-콘드라이트 운석 13개의 수소 함량과 수소 중 듀테륨(중수소·D/H) 비율 등을 분석해 수소 함량이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지구형성 모델 등을 이용해 초기 지구를 만든 E-콘드라이트와 같은 물질이 현재 지구의 바다가 가진 양의 적어도 3배에 달하는 물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했다.
E-콘드라이트의 D/H 비율과 질소 동위원소 등은 지구 맨틀과 거의 일치해 지구의 물이 지구를 형성한 물질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지구의 물이 행성에 축적되는 성운 물질에서 나온 것이지만 언제 이런 물질이 쌓이게 됐는지는 특정하지 못하고 행성 형성 마지막 단계였을 것으로만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오염되지 않은 E-콘드라이트 운석 샘플을 엄선했으며, 재래식 질량분석법과 이차이온질량분석법(SIMS)을 모두 활용해 함량과 성분을 측정했다.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뒤 워싱턴대학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운석을 분석해온 리오넬 바셰 박사는 "비슷한 동위원소 구성이 강력히 시사한 대로 지구가 E-콘드라이트와 같은 물질로 형성돼 있다면 이는 지구 물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물을 공급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피아니 연구원은 "(이번 연구 이전에는) E-콘드라이트가 태양 근처에서 형성돼 '건조'할 것으로 일반적으로 여겨졌으며, 이런 가정이 반복되면서 수소 함량을 정밀하게 분석하려는 노력을 저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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