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노선 타다가 이례적 목소리
중국과 영유권 분쟁 고조 주목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동참 뜻 밝혀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의 군사기지화를 위한 전초기지 건설에 참여한 중국 기업 24곳을 제재하기로 한 것과 관련, 필리핀에서도 관련 회사와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28일 CNN 필리핀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 결정에 대한 질문에 "그런 회사들이 우리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회사와 관계를 단절할 것을 강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록신 장관은 또 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그 문제에 대해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필리핀 북부 카비테주(州)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글리 포인트 국제공항 건설 사업 1단계에 미국의 제재대상에 포함된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실리를 명분으로 친(親) 중국 노선을 걷는다는 지적을 받는 필리핀의 외교 수장이 이처럼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동참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최근 남중국해 리드뱅크(중국명 리웨탄, 필리핀명 렉토뱅크)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등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의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핀 외교부는 중국 해안경비대가 지난 5월 스카보러 암초 인근 해역에 필리핀 어민들이 설치한 어류군집장치(FAD)를 압수한 것에 대해 지난 20일 중국에 항의 문서를 보냈다.
필리핀은 또 "서필리핀해(남중국해)에서 정기적으로 해양 순찰을 하는 필리핀 군용기를 향해 중국 측이 계속해서 레이다 전파를 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해안경비대는 법을 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자오 대변인은 또 "필리핀 군용기가 남중국해 다른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중국 영공을 침범하고 있다"면서 필리핀에 불법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우리 EEZ 안에 있는 일부를 불법적으로 점거하는 등 도발하는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이 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주장할 권리는 없다"고 맞받았다.
로렌자나 장관은 또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인접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구단선은 그들(중국)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