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수술과 항암치료 속 촬영하다 43세에 별세…"진정한 전사"
인종차별 맞선 흑인인물 연기…"은막에 역사를 구현한 배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홍준석 기자 = 마블 영화 '블랙팬서'에서 주인공인 가상국가 와칸다의 국왕 티찰라 역을 맡았던 배우 채드윅 에런 보즈먼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서 대장암으로 사망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향년 43세.
보즈먼이 대장암으로 투병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터라 그의 죽음은 많은 팬에게 갑작스러운 슬픔으로 다가왔다.
보즈먼 측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성명에서 "영화 '마셜'부터 'Da 5 블러드'까지 영화들은 보즈먼이 셀 수 없이 많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촬영한 것"이라며 "그는 진정한 전사였다"고 애도했다.
이어 "블랙팬서에서 국왕 티찰라를 연기한 것이 보즈먼의 경력에서 최고의 영예였다"고 덧붙였다. 티찰라는 마블 코믹스 첫 흑인 영웅으로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 와칸다를 이끄는 영웅적인 왕이다.
블랙팬서는 흑인들 사이 문화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열풍이었다.
두 팔을 가슴팍에서 'X'자로 겹쳤다 내리며 "와칸다 포에버"라고 외치는 영화 속 와칸다인의 인사법은 곧 흑인들의 인사법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신비의 금속 비브라늄을 기반으로 강성한 와칸다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주의와 포스트 식민주의에서 탈피해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해방되도록 했다"면서 "블랙팬서는 흑인 영화 팬의 힘과 희망, 자부심을 상징했으며 일부 팬은 아프리카 스타일로 차려입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블랙팬서 제작진은 2017년 3월 자갈치시장을 비롯한 영도구 일대, 광안리 해변로, 광안대교 등 부산의 주요 명소에서 추격신 등을 촬영한 바 있다.
보즈먼은 인종차별에 맞선 실존 흑인인물도 많이 연기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마셜에서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연방대법관 서굿 마셜을 연기했고 2014년 작 '겟 온 업'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브라운, 2013년 작 영화 '42'에서는 첫 흑인 메이저리거인 재키 로빈슨으로 분했다. 영화 42는 보즈먼이 처음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으로 꼽힌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장남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3세는 이날 보즈먼의 죽음을 애도하며 "역사를 은막 위의 삶으로 구현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품위로서 역경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즈먼을 애도했다.
이외에도 많은 이가 보즈먼의 죽음을 슬퍼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트위터에 "보즈먼은 참으로 친절하고 재능있는 영혼을 가졌다"면서 "수술과 항암치료 사이 용기와 강인함과 힘으로 우리에게 위대함을 보여줬다. 위엄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남겼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는 "보즈먼의 진짜 힘은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강했다"면서 "블랙팬서부터 재키 로빈슨까지 그는 여러 세대에 영감을 줬고 영웅을 비롯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보즈먼의 생전 마지막 트윗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바이든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것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다.
작가 브라이언 조셉스는 "보즈먼은 우리 아이들이 '흑인영웅'은 어떤 모습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1976년생인 보즈먼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 야구와 농구선수를 했고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농구선수였던 보즈먼은 그의 친구와 팀 동료가 총격 사건으로 사망하면서 작가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예술감독을 꿈꾸며 워싱턴DC의 흑인 명문대학인 하워드대에 진학했고 거기서 토니상 수상자인 배우 겸 연출가 필리샤 라샤드에게 사사했다.
유족으로 부모와 아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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