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탈리아와 그리스 사이 바다서 영해 확장에 합의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가 그리스의 영해 확장에 대해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그리스가 이오니아해(海)에서 영해를 12해리(약 22㎞)까지 확장하는 것은 우리 관심사가 아니지만, 에게해에서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에게해에서 그리스가 영해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개전 이유'(Casus Belli)로 간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지난 26일 이탈리아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이오니아해의 영해를 기존 6해리(약 11㎞)에서 12해리로 확장하는 데 이탈리아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의 발언은 동지중해 천연가스 자원을 놓고 대립 중인 그리스가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에서도 영해 확장을 시도할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는 1982년 제정된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UNCLOS)에 따라 에게해에서 12해리까지 영해를 확장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터키 의회는 1995년 그리스가 에게해에서 영해를 12마일까지 확장하려고 시도할 경우 '개전 이유'로 간주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우리 의회가 내린 결정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대립은 동지중해 천연가스 자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2010년 미국의 지질조사 결과 동지중해 유역에는 17억 배럴의 석유와 122조 큐빅피트(cf)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는 지난 11일부터 안탈리아 남부 해역과 키프로스 섬 서쪽 해역에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를 투입해 천연가스를 탐사 중이다.
오루츠 레이스의 작업해역은 그리스 영토인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인근으로 그리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전쟁을 벌인 터키와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을 체결하고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의 영토로,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 대부분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터키에서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섬까지 그리스 영토가 되면서 양국은 EEZ를 놓고 수십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키프로스로부터 허가권을 받고 키프로스 해역에서 천연가스 탐사에 나섰으나, 터키는 자국이 보호국 역할을 하고 있는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도 천연가스 개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는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 프랑스, 이탈리아와 키프로스 인근에서 26일부터 28일까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터키의 지질 조사선 활동에 경고를 보냈다.
터키 역시 동지중해에서 실사격 훈련으로 맞대응했으며, 터키 해군은 전날 다음달 11일까지 키프로스 섬 북쪽 해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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