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 연일 8만명 육박…미국·브라질과 달리 확산세 지속
'방역 대신 경제' 주력…공식 통계의 수십배 이미 감염 주장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구 대국'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바이러스 폭증 이유와 확산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30일 7만8천761명으로 발병 후 일일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31일에도 7만8천512명을 기록, 연일 8만명에 육박했다.
이로써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62만1천245명(누적 사망자 6만4천469명)이 됐다.
현재 미국(617만3천236명), 브라질(386만2천311명, 이하 인도 외 월드오미터 기준)에 이어 누적 확진자 수 세계 3위인 인도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브라질을 제치고 2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5만∼7만명을 넘나들었던 미국과 브라질의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1만∼4만명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 "검사 수 증가·봉쇄 해제·방역 무신경 등이 확산 주원인"
그렇다면 미국·브라질과 달리 인도는 왜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걸까.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31일 전문가를 인용해 검사 수 확대, 봉쇄 완화를 통한 경제 활동 재개, 바이러스 확산에 무신경한 사회적 분위기 등이 엮이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달 8일 70만건 수준이던 검사 수는 최근 하루 100만건을 넘어섰다.
검사 수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염자 수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의 확진자 수는 지난 5월 코로나19 확산 억제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급증했다. 3월부터 도입한 전국 봉쇄령으로 인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생기자 인도 정부가 방역보다는 경제 회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와중에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고향으로 이동하면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6월까지는 뉴델리, 뭄바이 등 대도시에서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푸네, 벵갈루루 등 다른 도시와 시골로 확산세가 번졌다.
정부의 정책 실패도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대규모 귀향 등을 예상하지 못하면서 봉쇄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고, 바이러스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확산세를 경고하기보다는 증가하는 회복률, 낮은 치명률 등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면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는 데 급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로 인해 사람들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무뎌졌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설명했다.
바이러스학자인 샤히드 자밀은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등의 지침을 잘 따르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는 당국의 최근 태도로 인한 무사안일주의 때문에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테케카라 제이콥 존 타밀나두주 기독의대 전 임상 바이러스학 팀장도 최근 뉴욕타임스에 "정부는 봉쇄 조치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출구 전략을 따르지 않았다"며 바이러스 확산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 9월이 정점?…확산 와중에 통제는 더 완화
이런 확산세는 언제까지 얼마나 확대될까.
존 팀장은 "인도는 9월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 멜라카 마니팔 의대의 보건 연구원인 아난트 반 박사는 지난 28일 뉴욕타임스에 "현재 모든 지표는 수일 내 거대한 폭증을 향하고 있다는 조짐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9월에도 정점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3억8천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와 시골 등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새로운 '핫스폿'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은 밀집 거주 환경 등도 바이러스가 무방비 상태로 퍼져 나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이와 관련해 하르시 바르단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은 30일 올해 디왈리 시즌까지는 바이러스를 매우 확실하게 통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빛의 축제'라고 불리는 디왈리는 힌두교에 뿌리를 둔 인도 최대의 축제로 올해는 11월 14일에 열린다.
당국의 방역 책임자조차 11월에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제대로 잡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희망한다'는 식으로 미지근하게 발언한 셈이다.
와중에 인도는 9월부터 지하철 운행 재개 등 봉쇄 조치를 더 완화할 방침이다.
특히 연방정부는 주 정부의 자체 봉쇄 조치에 제한을 두면서까지 봉쇄 해제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의도이지만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이미 수억명 감염됐을 수도…항체 형성률 매우 높아
일각에서는 정부 공식 통계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한다.
공식 감염자 수의 수십 배에 달할 정도로 인도 국민 상당수가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민관이 진행한 여러 항체 형성률 조사를 근거로 하고 있다.
뉴델리 당국이 지난달 초 1차 2만1천387명과 이달 초 2차 1만5천명의 주민을 조사한 결과 각각 23%와 29%에서 항체가 나왔다.
민간 진단·예방 관리 연구소인 티로케어도 7주간 인도 600여개 도시에서 27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6%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고 19일 밝혔다.
'핫스폿' 푸네 주민 1천664명을 대상으로 한 혈청 조사(지난달 20일부터 이달 5일)에서도 51.5%에서 항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6월 뭄바이 빈민 6천936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이 중 무려 57%에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가 감염 상황을 제대로 반영했다면 인도의 실제 누적 확진자 수는 이미 수억명에 달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도 제기된다.
집단면역은 지역 주민 상당수가 특정 감염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춘 상태를 뜻한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추가 감염자가 생기더라도 급속한 확산은 쉽지 않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티옌다르 자인 델리주 보건부 장관은 최근 "과학자들은 인구 중 40%가 항체를 가질 경우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말한다"며 집단면역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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