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35% 그쳐…2.5%P 뒤진 친러시아·세르비아계 야권 부상
연정 구성 협상 곧 시작될 듯…30년만의 정권교체 전망도 고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 총선에서 친서방 성향의 여당이 박빙 승부 끝에 러시아·세르비아와 가까운 야권을 누르고 신승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완료 결과 밀로 주카노비치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민주당(DPS)이 35.06%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고 31일 밝혔다.
세르비아민족주의자당과 '몬테네그로 미래를 위해' 등이 중심이 된 친러시아·세르비아 성향의 정당 연합이 득표율 32.55%로 간발의 차로 2위에 올랐고, 중도 정당 연합인 '우리 조국'이 12.53%로 그 뒤를 이었다.
30년간 권력을 놓지 않은 DPS가 가까스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총선 전 여론조사 결과대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집권 연장의 꿈이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DPS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소수 정당의 지지를 모아도 전체 81석 중 41석 이상의 과반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DPS가 연성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친러시아·세르비아 정당이 주축이 된 야권이 반(反)DPS 전선을 구축할 경우 정권 교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DPS는 2016년 총선에서도 41.42%의 득표율로 전체 81석 가운데 36석을 가져오는 데 그쳤다.
야권은 이번 총선 결과에 고무된 분위기다.
대학 교수 출신으로 친세르비아계 야권을 대표하는 즈드라브코 크리보카피치는 지지자들 앞에서 "정권은 무너졌다"며 "자유 몬테네그로의 새 시대가 개막됐다"고 역설했다.
정권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몬테네그로가 러시아·세르비아와 밀착하며 발칸반도의 외교적 역학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서방 외교 노선의 주창자인 주카노비치 대통령이 2017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성사시킨 데 이어 추진해온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 획득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몬테네그로는 1992년 옛 유고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와 신유고연방을 결성했다가 2006년 분리·독립했다.
이후 정치권은 친서방 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여권과 러시아·세르비아의 지원을 받는 야권으로 양분돼 대치 구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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