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 의도' 부각하려 애먼 외국 끌어들이기?…"美 정부, 집회 지원 안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왕당파가 최근 계속된 반정부 집회에 외국 정부나 외국인들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련의 반정부 집회에 불순한 뜻이 담겨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온라인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왕실 지지 인사들로 구성된 '타이 빡디'(충성스러운 태국인들)는 지난달 30일 방콕 시내 체육관에서 1천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왕실 수호 집회를 가졌다.
평소 왕당파 집회에는 수십 명에서, 많아야 백여 명 정도가 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참가자 규모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왕실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한편 외국 정부나 인사들이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부를 반대하는 집회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은 "서구 열강은 우리가 분열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태국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을 증오하는 사고방식을 부추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참석자는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왕실을 파괴하고 약화하려 한다. 태국에 나쁜 의도를 가진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태국 비전 그룹'이라는 강경 왕당파 단체는 행사에서 상영한 그래픽에서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와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및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 심지어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까지 거론하며 이들이 반정부 집회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는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도 들어가 있는데, NED는 미국 국무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북한 인권단체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다.
'태국 행동 협회'라는 보수성향 싱크탱크 관계자도 집회에서 "미국은 홍콩에서 전선을 잃었다"며 "그들은 민주주의를 여러 국가의 정치에 간섭하는 핑계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반정부 집회에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태국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일련의 반정부 집회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대사관측은 언론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미국 정부는 태국 내 어떤 집회에 대해서도 자금을 대거나 지원하지 않고 있다"면서 "태국의 친구로서 모든 당사자가 존중심과 자제심을 갖고 행동하고 태국을 전진시키는 방안과 관련한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대사관측은 또 "미국은 어떤 개인이나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적 절차와 법에 의한 지배를 지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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