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한시 적용…시민단체 "주거난 근본 해결 못 돼"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에 미국에서 집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집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에 대한 집주인의 강제퇴거 절차를 4개월 동안 중단시킨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발표 즉시 시행된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연방법에 근거한 이번 조치는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세입자가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여러 거처를 전전할 경우 코로나19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등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치는 연 소득 9만9천 달러 이하인 개인이나, 합산소득 19만8천 달러 이하인 부부 등에 적용된다.
이 조치를 적용받으려는 세입자는 자신이 집세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연방 주택지원을 받기 위해 애썼다는 점 등을 증명해야 한다.
브라이언 모겐스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집세를 내려고 고군분투하는 가족들이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도록 할 것이며,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심각한 경제난에 일자리를 잃은 많은 미국인은 졸지에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으며, 이에 미국 곳곳에서는 집세 거부 운동마저 벌어지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아 집세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4천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이번 조치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강제퇴거를 면한다고 하더라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야 하는 임차료와 미납 기간 이자 등의 납부 의무는 지속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심각한 주거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며, 더욱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소득층 주거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를 이끄는 다이앤 옌텔은 "이번 조치는 강제퇴거를 지연시킬 뿐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한다"며 "정부는 집세 지원을 위한 최소 1천억 달러의 긴급 구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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