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사랑 받는다' 느끼는 10대 사이버 집단따돌림 가담 적어"

입력 2020-09-0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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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사랑 받는다' 느끼는 10대 사이버 집단따돌림 가담 적어"
10대 자녀가 느끼는 부모의 '정신적 지지' 중요 변수로 작용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기회 늘고 가족관계 변화해 중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부모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은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집단따돌림(cyber bullying)에 가담할 가능성이 더 작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이뤄져 온라인상에서 사이버 집단따돌림 행동에 나설 기회가 많아지고, 부모의 재택근무나 실업 등으로 가족 내 관계도 변화하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뉴욕대에 따르면 이 대학 로리 마이어스 간호대학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 학령기 아동 보건 행동 조사 자료에 포함된 11~15세 미국 학생 1만2천642명의 응답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학생들에게 온라인상에서 헛소문 유포와 괴롭힘, 모욕, 위협 등 집단따돌림에 가담했는지와 가족 간 관계 등을 물은 이 조사는 2009~2010년에 이뤄져 시일이 많이 지나기는 했지만,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한 WHO 조사 자료로는 가장 최근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부모의 사랑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 "거의 받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심각한 수준의 집단따돌림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항상 받고 있다"고 밝힌 학생들의 6배에 달하는 것을 밝혀냈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넘어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지 등을 포함한 다른 정신적 지지(emotional support)에 대한 느낌도 사이버 집단따돌림 행동의 변수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로러 그루닌은 "이번 연구 결과는 부모의 정신적 지지가 10대의 사이버 집단따돌림 가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부모가 정신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녀의 인식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구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이버 집단따돌림 성향에 성별, 인종별 차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심각한 사이버 집단따돌림에 가담할 가능성이 훨씬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별로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사이버 집단따돌림에 가담할 가능성이 가장 작았으며, 흑인 학생은 백인 학생보다 낮은 수준의 사이버 집단따돌림에서는 가담 가능성이 작았지만 심각한 수준에서는 가담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마이어스 간호대학 임상교수 샐리 코언 박사는 "조사가 이뤄진 2010년 이후 소셜미디어는 10대들의 삶에 점점 더 많이 파고들었으며, 현재의 팬데믹 상황은 원격수업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더 늘려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접근과 익명성은 사이버 집단따돌림이 확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루닌은 "이번 연구를 통해 부모의 정신적 지지 부족이 사이버 집단따돌림을 직접적으로 촉발한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자녀의 집단따돌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면서 "사이버 집단따돌림 예방 조치를 개발할 때 이런 관계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집단따돌림 예방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Bullying Prevention)을 통해 발표됐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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