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천 명 죽은 투올슬렝 교도소 소장…2014년 종신형 선고받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강제노역과 학살로 약 170만 명이 희생된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 중 한 명인 카잉 구엑 에아브가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병환에 시달려온 에아브는 전날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병원에서 77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에아브는 1975년 4월 집권한 직후부터 유토피아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1979년까지 약 170만 명을 학살한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의 핵심 인물이었다.
1985년 제작된 영화 '킬링필드'는 현대사 최대의 비극 중 하나인 이 학살을 다뤘다.
'두크'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에아브는 프놈펜에 있던 악명 높은 교도소 투올슬렝에서 1만4천명 이상이 고문을 받고 학살당했을 때 소장을 맡았다.
'S-21'로 불린 투올슬렝은 당초 학교였다가 교도소로 개조됐으며, 지금은 학살 추모관으로 바뀌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반혁명 분자, 반역자 등의 죄명을 붙여 수많은 사람을 이곳에 끌고 온 후 끔찍한 고문을 통해 짓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도록 했다. 투올슬렝에는 어린이나 임신부까지 끌려왔다고 한다.
수학 교사 출신인 에아브는 이 교도소의 소장을 맡아 고문과 학살을 감독했다. 생존자들은 그가 철저하고 꼼꼼하게 교도소의 모든 면을 통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이 몰락한 뒤 도피 생활을 하다 1999년 체포됐고, 2008년 크메르루주 지도부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됐다.
에아브는 재판 과정에서 투올슬렝에서 자행된 고문 및 학살에 대해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2014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부모와 함께 투올슬렝에 끌려가 그의 부모가 고문 끝에 사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생존자 농 찬 팔은 "에아브는 투올슬렝 희생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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